해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연례행사가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이다. 강의실에는 학생이 없고, 현수막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총장실에는 총장이 쫓겨나고 없다.대학 등록금이라 하면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생각난다. 가난한 농가에서 소를 팔아 낸 등록금으로 지은 것이 대학건물이라는 뜻이란다. 대학을 비하하기는 상아탑(象牙塔)도 마찬가지다. 만년에 속세를 등진 19세기의 프랑스 낭만파 시인 비니의 태도를 생트뵈브가 비평하면서 쓴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젊은이가 대학에 합격하면 동네 어귀에 현수막이 걸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 현수막에 이름석자를 휘날렸던 한 젊은이가 좋은 직장에 취직한 뒤 자랑 삼아 고향을 찾았더니 뜻밖에도 마을 친구들은 모두 부자가 돼있었다는 실화가 있다. 그새 논밭 값이 엄청 올랐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여전히 대학으로 몰려간다.
하지만 대학 입학에만 열을 올릴 뿐 대학 등록금이 얼마인지는 관심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 놓고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느니 너무 올랐다느니 하면서 아우성이다. 하기야 미리 알아보려 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국내의 대학 중에서 입학 안내서에 입학금이나 4년간의 등록금 액수를 사전에 명시하는 대학이 과연 있는가.
더구나 담합이라도 한 듯 국내 대학의 등록금이 거의 획일적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등록금이 비싸질 것이라 하지만, 교육은 엄연히 서비스 산업이다. 서비스 상품의 품질과 브랜드에 따라 시장 가치가 달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의 CEO이든 대학의 교수이든 간에 능력에 따라 보수에 격차가 생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대학생들에게 묻고 싶다. 어차피 인생의 황금기 중의 4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기로 작정했다면, 등록금을 조금만 내고 조금만 배울 것인가, 등록금을 더 내더라도 더 많이 배워서 인적 자산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인가. 과연 어느 편이 앞날에 더 유익하겠는가.
싼 등록금을 내고도 질 높은 교육을 원한다면 차라리 '기부금 입학제'를 찬성하고 그 돈으로 장학금을 주라는 투쟁을 벌이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등록금이 올랐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공부해 벌충해야 할 텐데 지금도 우리의 안타까운 젊은이들은 수업마저 거부하면서 손해만 키운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