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기가 있다던 데 사스진단은 받았습니까." "예?"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소동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중의 한 사람인 인천공항 검역소 이종구(47·사진)소장이 지난주 가벼운 감기증세를 보이자 방역당국인 국립보건원내에는 "이 소장이 사스에 옮았다더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결국 헛소문으로 판명났지만 16일 인천공항 검역관 1명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였던 터라 보건원에선 한때 아연 긴장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소장은 보건원 방역과장을 두차례나 지낸 전염병 방역의 베테랑으로 꼽힌다. 사스 광풍이 불고 있는 시기에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의 검역소장을 맡아 홍역을 치르고 있으나 보건당국은 이 소장의 이 같은 이력 때문에 '절묘한 인사'라며 안도하고 있다. 이 달 초 사스환자인 대만인이 인천공항을 경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탑승객에 대한 발빠른 추적작업을 벌이는 등 이 소장의 경륜이 돋보인 부분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는 "사스에 대한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개발이 돼 있지 않은 현재로선 페스트가 돌던 중세시대의 처방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철저한 검역과 환자격리만이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원시적 방법 때문에 다소 불편이 따르더라도 참아달라는 부탁이다.
서울대 의대출신인 이 소장은 1989년 모교 가정의학과 전임의로 있다 "환자를 고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질병을 막기 위해선 예방사업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보건원 행정관으로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이 소장은 "해외유입 전염병 때문에 검역과 방역이 요즘처럼 긴밀하게 연계된 경우는 없었다"며 "사스를 계기로 전염병 관리체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52명의 검역소 인원으로 하루 4,000∼4,500명씩 검역을 실시하자면 밥먹을 틈도 없을 정도"라면서 "사스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 인원으로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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