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북·중·미 '3자 회담'은 핵심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는 별개로 한국, 일본의 회담 참여 논란으로 더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미국은 한국 및 일본의 참여를 최우선 의제로 제기할 태세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할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성사된 대화가 회담 형식 문제로 겉돌다 다음 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끝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한·미·일 3국 정책협의를 마치고 돌아온 이수혁(李秀赫) 외교부 차관보는 21일 "한국과 일본이 참여토록 북한에 설득하는 게 3자회담의 핵심의제 중 하나"라면서 "이번 회담은 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해야 하는지 (북한에게) 설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당초 북미 양자로 출발한 뒤 상당한 설명 과정을 거쳐 한국과 중국이 잇따라 합세했던 4자회담의 성립과정을 염두에 둔 셈이다.
때문에 이 차관보는 이번 회담을 "협상(Negotiation)이 아니라 각각의 입장을 표명하는 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에 핵 계획 포기를 요구할 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논의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북미 양국이 기존의 현격한 견해차를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회담이 끝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차관보도 "첫 회담에서 의제를 정하는 것도 너무 성급하다"고 이번 회담의 전망을 낙관하지 못했다.
문제는 북미간 양보 없는 신경전으로 이번 회담이 다음 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결렬되면 북한 핵 위기가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최소한 북한 핵 문제의 현상동결을 목표로 해온 우리 정부의 정책은 상당한 후퇴가 불가피해진다. 북한은 이미 우리의 뜻과는 상반되게 18일 외무성 대변인 회견을 통해 여차하면 폐연료봉을 재처리, 금지선(Red Line)을 넘겠다고 선언한 상태이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드러나게 회담 참여를 고집, 미국과 북한 양측에 회담 결렬의 명분을 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차관보는 "우리 이상으로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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