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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농업기술센터 전통음식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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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농업기술센터 전통음식 강좌

입력
200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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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은곡마을 전통음식 기능보유자 조숙자(64)씨 집 안마당. 따가운 볕을 가리는 차일 밑에서 주부 20명이 조씨의 '밀간장 담그기' 강의를 토씨 하나 놓칠세라 귀를 세운 채 받아 적고 있었다. 밀간장은 볶은 밀가루와 삶은 콩을 섞어 빚은 메주를 띄워 만드는 전통 간장으로 맛은 약간 단 편이다. "수입 콩, 수입 밀을 쓰면 제 맛이 나지 않습니다"라며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작된 조씨의 강의는 밀과 콩의 배합 비율, 메주 빚는 기술, 메주 띄우는 요령, 띄운 메주로 간장을 우려내 퍼내는 방법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지며 2시간이나 계속됐다. "장을 담가 먹으면 사 먹는 것 보다는 돈이 더 듭니다. 그러나 보약을 따로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몸에 좋아요. 경제적으로 손해라고 할 수 없지요. 주부가 가족 건강을 지키면 대한민국 건강도 지켜지는 겁니다."잠시 딴전 피우는 몇몇 수강생을 혼내며 조씨는 중간 중간 가르친 것을 되물었다. 수강생들은 배운 것을 다시 확인하느라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졌고 강의 시간은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강의가 끝난 뒤 조씨는 수강생들이 빚은 메주를 두세 덩이씩 손에 들려주며 "집에서 실습 삼아 띄워보고 자신이 생기면 가을에 메주 만들어 띄웠다 내년 정월에 간장을 담가보라"고 권했다. 아쉬운 듯 돌아서는 주부들은 "두부 만들기 강의는 언제지?"라며 시간을 확인했다.

'알짜강의'로 소문난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전통음식 강좌에는 이처럼 알뜰 주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술센터는 우리 음식의 전통을 잇기 위해 20여년 전부터 음식강좌를 개설했고 2000년부터는 솜씨 좋은 사람들을 강사로 초빙, 전통음식 상설교육장도 열었다.

12년째 강좌에 참석해 웬만한 장 담그기는 강의도 할 수 있다는 우희경(62)씨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배운 솜씨로 집에서 장을 담가 먹는다"며 "한번 배우면 맛있는 음식을 평생 가족과 나눠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센터의 우리음식연구회원으로 6년째 강좌에 나오는 김모(55)씨는 "음식이 가족 건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밀간장 담그는 방법을 잘 익혀 집에서 만들어 보겠다"고 약속했다.

강의는 조숙자(간장 된장 밀간장 두부) 김복인(고추장 전통주) 강순의(김치 장아찌) 조선식(텃밭김치) 최순자(떡) 김종애(한과)씨 등 기술센터가 인증한 전통음식 기능 보유자들이 맡고 있다. 입소문이 퍼져 조숙자씨 강의에는 연간 5,000여명이 다녀갔으며 그가 올해 개설한 다른 강좌도 수강생이 거의 다 찼다. 경기 성남에서 왔다는 백준희(59) 이제옥(60)씨는 "자식들이 엄마 덕분에 맛있는 전통음식 먹게 됐다며 벌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기술센터는 수강 신청자가 많아 상반기 김치 한과 등의 강좌 수를 계획보다 늘렸다. 강좌가 끝나더라도 수강자가 10∼20명 단위의 별도 그룹을 만들어 전화(02―3462―5704)로 신청하면 기능 보유자와 협의,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기술센터의 강좌에는 전통음식 외에 폐백닭 구절판 등의 혼례음식과 쟁반국수 불낙전골 등 생활요리도 있다. 그러나 수강 신청이 마감될 수 있으니 홈페이지(www.agro.seoul.go.kr)를 참조하거나 전화로 미리 문의해야 한다.

손태식 소장은 "전통음식의 맥을 잇는다는 차원에서 기능 보유자를 발굴해 기획한 전통음식강좌에 시민들이 이처럼 뜨겁게 호응해 고마울 따름"이라며 "예산과 인원이 부족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전통음식을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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