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 페인팅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인 인간의 몸에 옷을 입히듯 그림을 그리는 예술입니다. 한국에서는 보디 페인팅이 맨 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해서 에로틱한 쪽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번 수상이 그런 오해를 조금이나마 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프랑스 파리에 유학 중인 한국인이 제33회 국제 미용응용예술대회 보디 페인팅 부문에서 우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메이크 업 학원인 포럼 메이크 업 에콜에 재학 중인 김선미(29)씨는 5∼7일 파리 시내의 대형 국제행사장인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대회 본선에서 두 차례의 예선을 통과한 프랑스, 벨기에 등 세계 각국 18명 참가자들과 겨뤄 심사위원들로부터 최고점을 받았다. 해마다 2만5,000여명이 참가해 네일 아트와 특수분장, 보디 페인팅 등 세 부문 경연과 샤넬, 크리스찬 디올 등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박람회가 함께 열려 세계 최고의 미용행사로 꼽히는 이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파리에 머물고 있는 김씨와 인터넷 메신저로 접속,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지난해 '각국의 신화'였던 본선 주제는 올해 '좋아하는 화가'로 주어졌다. 김씨는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를 선택했다. "한국에서부터 유난히 좋아하는 화가였고 특히 '키스'는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클림트의 특징과 기법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죠." 김씨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4시간 30분 동안 모델의 전신에 원작보다 단순하지만 화려하게, 보다 강렬한 색채로 그림을 그려 나갔다. 모델이 걸어야 할 대회장의 규모와 조명 등을 충분히 고려한 선택이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을 두고 '예술적인 조화와 균형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관동대 회화과와 단국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씨가 순수미술을 집어치우고 보디 페인팅으로 진로를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을 가두어 두는 것 같은 캔버스의 한계에 지쳐가고 있었죠. 때마침 메이크 업 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동생이 응용분야를 적극 권유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파리 학원에 들어가 일반 메이크 업에서부터 보디 페인팅, 특수분장을 새로 배웠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보디 페인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철저하게 준비만 하면 굉장히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델을 고려해야 하고, 빨리 그려야 한다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보디 페인팅이야말로 메이크 업의 근간이 된다는 생각에 끊임 없이 인체를 스케치하며 열심히 매달렸다. 신발이며 모자, 지팡이 등 소품을 만드느라 밤을 새는 일도 비일비재 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김씨는 일단 올 여름 학원을 마친다. 하지만 그는 새로 시작한 미술 공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졸업 이후에는 미용관련 학과나 학원 또는 연극이나 영화의 특수 분장 쪽으로 현지에서 직장을 잡고 틈나는 대로 공부를 겸해 보디 페인팅 작품 활동을 할 생각이다. "보디 페인팅의 역사가 일천한 탓에 당장 한국에 돌아갈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때가 되면 방송 관련 일이나 동생과 메이크 업 일을 함께 할 생각입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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