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출신인 강현욱(姜賢旭) 전라북도 지사의 집무실은 지난해말 이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됐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전북 고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강 지사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원전에서 쓰다 남은 방사성폐기물이 담긴 병을 갖다 놓았기 때문이다.강 지사의 '튀는 행동'으로 고창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최종 후보지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전라북도가 처리장 유치에 관한 한 다른 지자체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19년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환경단체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정부는 최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결정을 신속히 매듭짓기 위해 지자체들이 유치를 원하는 양성자가속기 연구소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같은 지역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3,000억원의 유치 지원금에 양성자가속기 연구소라는 당근을 하나 더 준 셈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이 바라는 것은 '안전한 처리장'이지 목숨 걸고 얻어내는 3,000억원이나 첨단 연구소가 아니다. 가장 훌륭한 유인책은 안전문제에 대한 확신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는 4개 후보지 중 하나인 경북 영덕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됐다는 주장에 솔직히 대답해야 한다.
환경단체 등 반대론자들은 그들의 주장이 국민 전체의 이익과 부합하는지 여부를 돌아봐야 한다. 프랑스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이 '진보와 그의 적들'이라는 최신 저서에서 "위험성이 제로인 것으로 드러나기 전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환경주의는 녹색 샤머니즘일 뿐"이라고 통박한 것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
19년 허송세월로 2008년이면 더 이상 핵폐기물을 쌓아둘 곳이 없게 된다. 이제는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솔직한 심정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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