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21일 생태계 보고인 왕피천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키로 했으나 이미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를 해줘 보존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왕피천은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 동해로 흐르는 하천으로 국내 최고의 수질과 동강 이상의 비경을 지닌 생태계 보고라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환경부는 이 하천의 보전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올해 안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국립환경연구원도 보전지역 범위를 설정하기 위해 이달초 왕피천 일대에 대한 현지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온천개발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이미 '개발의 면죄부'격인 사전환경성 검토를 해준 것으로 최근 밝혀지면서 생태계보전지역 지정계획이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사업은 왕피천 일대 25만여㎡를 온천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으로 경북도청은 1996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온천지구 지정을,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전환경성검토를 해주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이 "왕피천 일대는 수달과 산양이 서식하고 은어와 연어가 회귀하는 등 '생태계의 숨은 진주'여서 개발사업을 불허해야 한다"며 반발하자 도청은 2001년 온천개발 계획을 불허했다. 이에 대해 온천 개발업자는 "이미 사전환경성검토가 끝난 상황에서 개발을 불허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대구지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0월 1심에서 승소했다. 현재 대구고법에 계류 중이지만 온천개발 가능성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재판에 패하면 온천 개발지구 이외의 지역만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왕피천을 살리는 데는 도움이 못된다"며 "환경부의 환경성 검토가 개발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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