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회생을 둘러싼 SK그룹과 채권단의 시각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사 결과 후 그룹차원의 구체적 자구안을 내놓겠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SK글로벌을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없어 미흡하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구속 중인 최태원 회장이 나와 구체적 자구안을 내놓는 수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만원 SK글로벌 정상화 추진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2차 자구계획안을 발표할 것이란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라며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SK글로벌의 해외자산 실사 이후 채권단과 긴밀한 협의과정을 통해 시장이 인정할 수 있는 정상화 계획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SK글로벌을 정상화하는 길만이 SK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며 "SK는 이 책무를 다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차원의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채권의 출자전환과 추가 출자, 주유소 시가 매입, 단기 대출의 중장기 전환 등을 언급했다.
또 SK(주)의 대주주가 그룹 차원의 SK글로벌 지원을 반대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과 정관의 테두리 안에서 주주이익을 위해 SK글로벌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인 만큼, 그룹 계열사들이 협의를 하면 크레스트증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그룹차원에서 지원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이나 SK글로벌을 어떻게 회생할 것인지 구체적 안이 없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SK그룹 정상화추진본부에서 정상화계획을 계속 논의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채권은행의 속마음은 실망을 넘어 허탈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의 지원 없이는 재계 3위의 SK그룹도 버틸 수 없는데 SK그룹이 아직도 능력을 과신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도대체 무슨 배경을 믿고 이렇게까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특히 SK그룹이 이날 "SK글로벌의 청산가치에 대해 각 계열사별로 따져보고 있다"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의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말을 했지만 최근 시장에서 SK그룹이 다른 마음을 먹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이런 발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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