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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의 정 우 성/"눈에 힘 빼느라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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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의 정 우 성/"눈에 힘 빼느라 힘들었어요"

입력
2003.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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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 똥개가 개 집에나 들어가 있지 와 나와 싸돌아 댕기노"(동네 깡패) "…"(정우성) 경남 밀양시 도심의 내이동, 영화 '똥개'의 촬영장.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도 여고생, 아이를 업은 주부까지 3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건물 옥상에 올라간 여학생들은 "오빠" "정우성"을 외치고, 배우가 손을 흔들어 주면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지른다. '유령' '러브' '무사' 등 최근 출연작 중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없지만 여전히 정우성은 스타다. 곽경택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 '똥개'에서 정우성은 '집 지키는 똥개처럼 눅진눅진한 성격'의 철민으로 출연한다. 경찰 아버지를 해치려는 지역 깡패에 맞선 아들의 얘기."왜 집 지키는 개 있잖아요. 순하고, 가끔 한 번씩 짖는. 그 개가 바로 걔(철민)에요." 철민 역을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정우성이 이렇게 말한다. 농담을 섞은 이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는 일은 꽤 드물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달라지게 한 것일까.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초고를 읽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은 영화는 처음이다. 그간 출연한 영화는 시각 면에서는 완성도가 높았지만 감정선이 살아있는 영화는 없었다. 한 장면에서도 삐치고, 어리광 피우고, 화내는 다양한 성격을 낼 수 있는 즐거움을 맛본다."

정우성은 어느 때보다 일상적인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 그는 언제나 반항적 눈매를 보여주는 청춘의 아이콘이었지만, 나이 벌써 서른이고, 올해로 데뷔한 지 햇수로 10년. 이제 '스타'보다는 '연기자'라는 말에 매력을 느낄 만한 때가 됐다.

그러나 과연 정우성이 사투리를 잘 할까. 특기는 빨래와 김치 담그기, 바느질이고 주로 누워서 빈둥거리며 TV만 보는 반백수(직업은 폐차장 직원), 평소엔 순하디 순하지만 나름대로의 '정의'를 위해서는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똥개'같은 성격이 될 수 있을까. 고교 중퇴라는 설정이나 평소 방에서 뒹굴뒹굴하는 성격은 비슷하다 해도 말이다. 곽경택 감독도 그게 좀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눈을 3분의 2이상 못뜨게 합니다. 하하." 곽감독은 사투리 연습을 위해 대사를 녹음해주기도 하고, 호텔 지하실을 빌려 연극 리허설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들어갔다. 장동건이 '친구'에 출연할 때도 비슷한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사투리가 참 묘하다. 어미를 조금 바꿔도 어감이 달라진다. 이런 느낌을 받으니까 영화 속의 감정도 함께 살아난다."

경찰인 아버지와 긴밀한 감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정우성으로서는 첫 경험이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영화에선 내가 마치 복제인간이었던 같다. 아마 그래서 다른 영화보다 일상적인 연기를 많이 보이게 될 것 같다." 거의 한달 째 밀양에 내려와 있으니 "수염도 안깎고 트레이닝복만 입게 돼 자연스럽게 망가지게 된다"며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그래서 정우성의 '멋진'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영화보다는 오히려 CF다. 연기보다 CF에 정신이 팔려있다는 비난도 들을 만하다. "영화에서 채워지지 않는 이미지를 CF가 채워줄 때도 많다"며 솔직하게 답한다. 배우로서 이미지를 전하는 데 연기가 100%라면, CF는 거기에 '+α'가 있다는 설명. 돈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정우성의 또 다른 꿈은 감독. 지난해 찍은 god 뮤직비디오는 미장센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액션이 있는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를 구상 중"이라는 정우성은 아이디어를 비주얼로 표현하는 데는 강점이 있지만, 아직 탄탄한 이야기 틀을 만드는 데는 좀 약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감독을 꿈꾸는 배우는 다른 배우보다 감독에 대한 반항심이 적지 않을 듯하다. "감독 스타일에 대한 생각이 한번 일어나면 비누거품처럼 커진다. 그건 배우로서 월권이다. 곽 감독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오랜만에 그에게서 인간적인 냄새가 났다.

곽경택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3월 21일 첫 촬영을 시작한 '똥개'는 6월까지 촬영을 마치고 8월 초 개봉할 예정이다. 김동주 전 코리아픽쳐스 대표가 설립한 '쇼이스트'에서 제작한 첫 영화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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