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심(昌心)은 없다?"한나라당의 차기 당권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 측근 인사들이 저마다 지지 후보를 달리하며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한때 논란이 일었던 '창심'의 경선 개입설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이 전총재의 울타리를 자임했던 중진의원 모임인 '함덕회' 의 분화이다.대선패배 직후인 지난해 12월30일 제주 함덕 해수욕장에서 결성된 이 모임에는 양정규 하순봉 정창화 김기배 목요상 최돈웅 김종하 유흥수 의원 등 8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중 앞의 6명은 강재섭 의원, 뒤의 2명은 최병렬 의원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신경식 이상득 의원을 더하면 이른바 '10인 왕당파'가 되는데 신 의원은 최, 이 의원은 강 의원으로 각각 선택을 달리했다. 또 이 전총재와 수시로 독대하며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섰던 정형근 의원은 최의원을 선호하고 있고, 홍준표 의원은 서 대표와 최 의원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이재오 의원은 아예 본인이 대표 경선에 나섰다.
이 전총재의 참모 그룹에서는 공보특보를 지낸 이원창 박진 의원이 서 대표를, 기획위원장 출신인 윤여준 의원과 전 언론특보인 고흥길 의원이 최 의원을 밀고 있다. 원외지만 1997년 15대 대선의 초창기 참모 출신인 박성범 전의원과 판사 시절부터 이 전총재와 관계가 각별한 진영 서울 용산지구당 위원장은 일찌감치 최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비서실장을 역임한 김무성 권철현 의원은 아직은 중립을 표명하고 있으나 각각 강, 최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측근들에게는 당권후보의 출신지역 및 내년 총선 득표력, 사적 인연 등 개인적 이해가 중요할 뿐 공동의 정치적 목표는 없다. 한 의원은 "이 전총재의 측근 그룹은 동지적, 지역적 결사체였던 3김 가신 그룹과는 다르다"며 "오직 대선승리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뭉쳤던 것인 만큼 목표가 사라지면 제갈 길을 가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15대 대선 당시 이 전총재의 실세 참모 그룹 '7인방' 멤버였던 김영일 사무총장은 경선관리 책임 때문에 중립을 선언했고, '원내 측근 1호'인 황우여 의원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이병기 전 정치특보와 이종구 전 공보특보는 최 의원을 도울 것이라는 관측을 부인하며 중립을 강조하고 있고, 유승민 여의도 연구소장 역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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