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SK글로벌의 미국, 홍콩, 벨기에 등 해외 현지법인들이 3조원대의 해외 채무 등을 분식회계 처리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이 같은 사실은 21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태원(구속) SK(주) 회장과 손길승 그룹 회장 등 SK 관계자에 대한 3차 공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날 재판에서 SK글로벌 문덕규 전무는 재판부가 "검찰 수사기록에 '미국 홍콩 등 해외법인들이 채무 등 3조4,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SK 관계자의 진술이 있다"며 진위 여부를 묻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현지법인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시인했다. 이로써 SK의 전체 분식회계 규모는 SK글로벌 1조5,000억원과 SK글로벌 해외법인 3조4,000억원 등 4조9,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최 회장과 손 회장 등은 SK글로벌 해외법인들의 분식회계 부분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이인규 부장검사)는 이날 "수사 과정에서 미국, 홍콩, 벨기에 등 8∼10개 해외법인들의 3조원대 분식회계 정황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SK의 SK글로벌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지분의 지분법 평가손실 항목은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당시 밝혀진 SK의 SK글로벌 해외법인 지분법 평가손실 항목의 분식회계 액수는 2,508억원이었다. 이인규 부장검사는 그러나 "해외법인들의 분식 혐의는 결정적 증거물인 회계 장부가 모두 외국에 있어 확인이 불가능한데다 설혹 분식회계를 했다 해도 해외법인들을 국내 법규로 처벌하기도 어려워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SK글로벌은 현지 차입금 등 부채를 과소 계상하고 매출 채권 등 자산을 과대 계상하는 방법으로 8∼10개 해외법인들의 순자산을 부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법인들은 SK글로벌이 지분의 60∼80%를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SK(주)가 출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SK글로벌의 해외법인들에 대한 지급보증 규모는 현재 2조4,000억원대에 달해, 해외법인에 자금을 빌려준 현지 은행 등이 채권 회수에 나설 경우 SK글로벌이 대신 물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근 SK글로벌측은 채권단이 요청하는 해외법인들의 자산 실태 현황 등 각종 자료의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훈기자 hoony@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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