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수사개시 이후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송두환 특별검사팀이 이번 주부터 사건관계자들에 대한 본격 소환에 착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특검팀은 2000년 5∼6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에 대한 5,000억 대출 건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특검법이 규정한 수사대상 1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지난 주 감사원 관계자와 산업은행 대출실무자 등의 소환 조사를 통해 적어도 대출절차의 부적절성을 어느정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특검팀은 "현대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한 상태에서 수천억원을 추가 대출한 것은 산은법과 내규지침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고 이에 "적법하지 않은 대출"이라는 실토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과정의 불법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산은이 법을 어겨가며 대출을 승인한 배경 규명이 1차 수사목표. 특검팀은 21일 산은 간부 2명 소환을 시작으로 대출에 관여한 산은 및 현대상선 관계자들을 불러 본격적인 경위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의 소환이다. 영업1본부장 재직 당시 4,000억 대출을 전결로 승인한 박씨는 대출과정의 내막을 밝힐 핵심인물로 통한다. 특검팀의 수사개시 첫 조치가 현대상선 등에 대한 계좌추적과 함께 박씨 자택의 압수수색 이었다는 사실은 이번 사건에서 박씨가 차지하는 비중을 잘 보여준다. 박씨는 대북송금 의혹이 불거진 이후 "대출은 전적으로 내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 과정에 외압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출자금 중 일부가 북한에 넘어간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박씨가 끝까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특검 조사에서 박씨가 대출 배후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을 경우 수사는 전기를 맞게 되며 따라서 박씨 소환은 특검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 특검 관계자는 "수사흐름상 박씨에 대한 소환을 미루기 어렵다"고 말해 주중 소환을 시사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들의 경우 법규상 불가능한 대출을 신청하면서 대출을 확신했던 배경에 대해 집중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4,000억원 당좌대월을 신청한 2000년 6월5일, 대북송금을 위한 환전편의 제공을 국정원에 요청했다. 대출성공을 100% 확신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로 정부측과 모종의 사전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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