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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관급 회담, 응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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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관급 회담, 응하긴 했지만

입력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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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일방적으로 연기했던 장관급 회담을 27일부터 열자고 제의한 것은 그들의 전형적인 이중성을 나타낸 것이다. 우선 베이징의 북·미·중 3자 회담에서는 남한을 제외하면서도, 식량과 비료는 지원받아야 할 형편임을 말해준다. 또 영변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의 가동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핵 위기를 고조시켜 협상의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하고 있다.북한이 남한의 새 정부 출범이라는 달라진 환경과 이라크 전쟁 종결 후 미국의 대북태도 완화 등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도 여전히 못된 버릇을 버리지 않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남한의 지원은 필요하지만 체면은 세워야겠고, 미국이 겁나지만 벼랑 끝 전술은 포기할 수 없다는 어정쩡한 이중구조를 시정하지 않는 한 북한은 어려운 처지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북한은 장관급 회담 개최일을 일요일인 27일로, 기간도 3박4일이 아닌 2박3일을 제의했다. 회담성과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겠지만, 북한이 마지못해 제의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북한은 3자 회담에서 남한이 배제된 데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고, 대한적십자사에 요청한 쌀과 비료의 지원이 불확실해지자 궁여지책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지원요청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남북간 제반 현안을 협의해 나가기 위해 북한이 남북대화에 조속히 응해 올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이는 쌀·비료 지원은 차관공여 형식인 만큼 북한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요청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정부는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이 핵 협상서 남한을 배제하고 있는데 대해 엄중 항의해야 한다. 말로만 민족공조 운운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대북 지원은 그 다음 문제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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