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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종목에도 체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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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종목에도 체질이 있다

입력
2003.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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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사상의학은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첨단 의학 개념이다. 체질이 다른 사람이 똑같은 약을 먹어도 누구에게는 약이고, 누구에게는 독이 된다는 이론은 요즘 DNA를 분석해 각 사람의 특성에 맞는 약을 만들어준다는 얘기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주식 분석에도 체질 이론이 있다. 기업 분석 리포트에 숨어있는 논리의 대부분이 실적이 좋으니 주식을 사라는 식이다.

그러나 여기에 맹점이 하나 숨어있다. 그 종목의 체질이 예를 들면 '순환주(cyclical)'에 들어간다면 그런 종목의 주당 순이익(EPS)이 최고점을 기록하는 시점은 상투 부근이다. 지금의 최고상태가 나중에 보면 사이클의 정점 부근일 수가 있다는 의미다.

성장주 역시 순환주와 함께 대표적인 종목 체질 중 하나다. 이런 체질은 EPS개념으로 보면 투자 포트폴리오에 서 있을 자리가 없어진다. 당분간은 키(성장성)에 정신이 없어 몸무게(수익성)는 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체질의 기업은 앞으로 얼마나 키가 크게 될 지에 해당하는 잠재 시장 크기나 주당 매출액(SPS) 잣대로 접근하는 것이 맞을 때가 많다. 일단은 키가 큰 뒤에 몸무게는 그에 맞게 따라올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와 같이 각 종목의 체질에 따라 기업을 분석하는 잣대와 의미가 달라지고 추천 사유(rationale)도 달라진다. 주식의 성격을 파악하지 않는 추천들은 체질을 모르고 한약을 조제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1990년 대 초 많은 사람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저PER(주가수익비율) 개념으로 매수를 추천했으나 결과는 참담한 폭락으로 끝났다. 그 당시 삼성전자는 매출의 70% 를 경기 민간 업종인 반도체에 의존하는 순환주 체질이었기 때문에 반도체 가격이 제일 비쌀 때가 매도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물론 사람도 그렇지만 기업의 체질도 변한다. 삼성전자 역시 이제는 반도체 가격에 일희일비하는 순환주적인 성격을 벗어났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경기 요인으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아직 바닥에 있을 때가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시점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기 관련주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겠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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