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호남 역차별론으로 정치권 안팎이 떠들썩하다.호남 역차별론이 주류에서 소외된 정치인들이 작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그 사실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분명하지만, 어쨌든 호남 사람들은 사석에서 "(노 후보에 대해) 10명이 표를 찍어준 곳에서는 10명이 출세하는데, 1만 명이 찍은 곳에서는1명 만 출세한다"고 말하고 있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이와 관련해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봐야 한다"고 말하였다. 역대 정부 하에서 많이 듣던 소리이다. '객관적 평가'라는 말 속에는 모종의 위장(僞裝)이 엿보이기까지 한다. 여하튼 현 정부에서는 호남 출신 구 주류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인재'가 별로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유대인들의 탈무드에 나오는 한 대목이 떠오른다.
어느 부자가 있었는데 그 집의 담 한구석이 허물어졌다. 이를 본 이웃 사람이 지나가면서 "이렇게 담이 부서져 있으면 도둑이 들텐데요"라고 집주인에게 말했다. 조금 있다가 집주인의 아들이 담을 보더니 말했다. "아버지, 담이 부서져서 도둑이 들지 모르겠어요." 그날 밤 이 부잣집에 도둑이 들었다. 다음날 부자는 아들이 역시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하였으나, 이웃집 사람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자가 혹시 도둑이 아닐까'라고 의심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은 무릇 가까운 이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하고 잘못에 대해서도 관대하기 마련이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정부 인사에서도 아무리 인맥, 혈연, 지연을 따지지 말고 인재를 등용하라고 하지만 이런 인지상정의 원리가 은연중 작용할 것이다.
어떤 지역출신 사람들 중에는, 정권이란 원래 자기 지역의 것이고 다른 지역에서 정권이 나오면 마치 주인이 빚진 사이 하인이 안방에 쳐들어 온 것처럼 여겨 노골적으로 불평하는 이가 있다. 정권이란 선거에 의해 국민이 선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출신이 되면 '당연하다' 대신에 '당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쳤던 지역편중 정권이 빚어낸 결과다.
지난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방불하는, 1건당 5,000억원이 소요되는 특별 지역프로젝트 4개를 시행했다. 대구의 밀라노(섬유산업) 프로젝트, 부산의 신발산업 프로젝트, 경남의 메카노(기계산업) 프로젝트, 그리고 광주·전남의 광(光) 산업 프로젝트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지난 김대중 정권 하에서도 이들 대형 프로젝트 4 개 중 3 개가 특정 지역에 돌아갈 정도로 이 지역의 힘, 다시 말해 기획력 추진력 정치력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의원 수, 지역총생산, 세수, 세출 등 모든 통계지표가 지역간 차이를 적나라에게 말해준다.
나는 강연 중에 종종 이런 비유를 든다. "헐벗은 사람이 네 명이 있는데 옷은 한 벌 밖에 없다. 이것을 네 조각 내어 하나씩 걸치는 것이 진정으로 공평한 것이냐. 한 사람이 이 옷을 입고 나가서 옷과 음식을 장만해 오는 것이 옳으냐. 월드컵 축구를 할 때 누가 경상도고 누가 전라도 출신 선수라는 걸 따지느냐."
소수의 편향된 리딩그룹에 의해 인재 등용이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오늘날은 과거에 비해 조직의 시스템화가 많이 진전됐고 민주화도 이루어진 시대이다.
국정을 책임진 사람은 한 지역의 책임자가 아니다. 맘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 인구분포에 걸맞게 골고루 인재를 등용 배치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능한(?) 지역 사람들도 등용해서 '유능하게' 쓰길 바란다. 경제특구는 있을 수 있지만 인재특구란 있을 수 없다.
김 국 서경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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