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강요에 의한 SK그룹의 사찰 기부금 10억원을 뇌물로 판정함에 따라 이 돈의 몰수 및 추징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몰수는 공직자 등이 부당한 대가성 이득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이득에 해당하는 금품 등을 국고에 환수하는 것을 말하며 몰수가 불가능할 경우 그 이득만큼의 사후 추징이 가능하다.대기업들로부터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법원으로부터 2,205억원과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경우 돈을 받은 사람이 이 전 위원장이 아닌 사찰측이라는 점. 물론 형법 제134조는 범인 또는 그 사정을 알면서 제3자가 받은 뇌물 또는 금품은 몰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찰측에서 "뇌물성 자금이라는 사정을 알고 받았다"고 밝힐 경우 당연히 몰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제3자 뇌물사건의 경우 돈을 받은 측에서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고맙게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제3자가 그 성격을 모르고 받은 돈에 대해서는 몰수가 불가능하기 때문.
실제로 이번 경우 시주받은 사찰과 조계종측에서는 "명예 신도회장 명모씨가 SK측에 요청해 받았으며 영수증 처리까지 된 정상적 기부금"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도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사찰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며 수사를 벌일 계획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몰수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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