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에 군사기지 4곳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주둔할 계획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9일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이는 이라크를 중동의 새로운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미국의 구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위해 미국은 장차 수립될 이라크 신 정부와 장기적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핵심 계획은 이라크에 미군이 장기적으로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이 의중에 두고 있는 기지는 수도 바그다드 외곽의 사담국제공항과 남부 나시리야 부근의 탈릴, 요르단과 가까운 서부 사막지대의 H―1 공군기지, 북부의 나슈르 공군기지 등 4곳이다.
미군은 이라크전에서 이들 4개 기지를 모두 접수 또는 점령했다. 현재도 이라크 내 잔존 세력 소탕과 군수·구호물자 수송, 정찰 비행 발진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지 사용권에 대한 미국의 야심은 훨씬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다.
미국은 일단 수 개 월 뒤 미군 주력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더라도 4개 기지에 대한 사용권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행정부 관리들은 4개 기지 사용권 문제는 미국과 이라크 신 정부 간에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둔 규모와 사용 방식 등을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NYT는 이라크 기지에 대한 미국의 집착에는 다양한 전략적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은 물론이고 남아시아와 지중해, 인도양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선 4개 기지를 발판으로 서북쪽으로 시리아와 동쪽으로 이란을 압박할 수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전쟁 과정에서 주둔권을 획득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의 미군 기지와 호응해 이란을 양면에서 포위할 수 있다.
기존 동맹국과의 관계 재조정에서도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사우디 아라비아 주둔 미군 감축 문제와 기지 의존도 축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된다.
미군은 지금까지 이라크로부터 사우디를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사우디에 대규모 기지와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반미 여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에 기지를 확보할 경우 사우디 주둔 미군을 축소 또는 철수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터키와 요르단의 경우 자국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등 내부 갈등도 완화할 수 있다. 이라크전에서 미군은 터키 의회의 반대로 인시를리크 미 공군기지를 사실상 활용하지 못했다. 이라크 기지들은 이런 점에서 터키 기지를 대체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라크 기지 운용 방식과 사용 기간에 관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은 "상당 기간 주둔하되 시한은 명시하지 않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운용 방식은 아프가니스탄 모델을 원용해 '항구적인 기지화'보다는 '항구적인 접근'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001년 9·11 테러에 뒤이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으로 미국은 유라시아에서 사상 유례없는 지정학적 우위를 강화해가고 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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