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나 업무차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항상 '장애인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하거나 봉사할 회원을 모집한다'며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회원가입신청서를 슬며시 내밀곤 합니다."여론조사기관 TNS 코리아의 이충호(45·사진) 이사는 장애인의 날(20일)이 다가오면서 부쩍 바빠졌다. 장애인의 날을 즈음해서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 회원확대 운동에 가속도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1급 장애인이 된 이 이사는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로 성공하기 위해 그가 흘린 땀과 고통의 시간은 너무도 많았다. "고등학교 때 음악실이 너무 멀고 계단이 많아서 음악 수업을 포기하는 바람에 음치가 됐죠. 하지만 공부하는 데 있어 제 몸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이사는 TNS에 1987년 입사해 줄곧 데이터 수집과 처리 작업을 맡아 왔다. 대선 출구 예측 조사에서부터 매춘부 피임약 조사 실태에 이르기까지 지난 16년 간 그의 손을 거쳐간 사회적 이슈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는 색다른 여론조사 작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와 함께 장애인 차별에 관한 여론조사를 기획, 17일 이를 발표한 것. 1,000만원이 넘는 여론조사 비용은 회사측의 협조로 마련했다. "장애인을 상대로 전문적인 조사가 이뤄진 게 처음이라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가족들에게 마저 외면당한다는 결과를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그는 올해 안에 두 차례 정도 장애인 차별에 대한 여론조사를 더 실시할 계획이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보행과 생활이 가능한 공동체인 '열린 마을'을 건설하는 게 평생의 꿈"이라는 이 이사는 "장애인의 날 하루만이 아닌 1년 내내 장애우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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