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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조선 후기 유림의 사상과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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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조선 후기 유림의 사상과 활동

입력
200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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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영 지음 돌베개 발행·2만8,000원

조선 유학 연구는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를 정점으로 해 후대로 올수록 논문이나 연구자료가 빈약해지는 게 사실이다. 17, 18세기 사상사의 지평은 영, 정조대의 실학과 북학 연구로 풍성하지만, 이후 구한말까지 성리학의 계통과 학풍은 꽤 오랜 시간 국사학계에서나 철학계에서 잊혀진 분야였다. 최한기 연구로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권오영 정신문화연구원 편수연구원의 논문 10편을 모은 이 책은 그래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모지라는 말이 어울릴듯한 이 18, 19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가 일부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케 해 주는 것은 물론, 구한말 유림이 주축이 된 척사운동이 부패한 정치 권력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외세 저항과 독립 운동으로 면면이 이어졌다는 점을 자료를 통해 재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퇴계와 율곡 두 거봉의 뒤를 이어 조선 후기 성리학계에도 매우 다양한 인물과 학설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충청도와 경기도를 근거로 한 이이, 성혼 학파인 '기호 유림'과 안동 중심의 퇴계학파인 '영남 유림'이다.

기호와 영남 유림은 각각 18세기 이후 '호락논변'(湖洛論辨·인간과 동물의 본성이 같은가 다른가를 둘러싼 논쟁)이나 '병호시비'(屛虎是非·여강서원에 김성일과 유성룡 누구의 위패를 앞에 둘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다툼) 등의 논쟁을 기점으로 학문적,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다양한 학파로 분기됐다. 권력 투쟁에서 승기를 잡고 19세기 이후 정계를 주도하는 기호 유림의 낙론파(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의 중심에는 유신환이 있었다. 그 문하에 민태호 민규호 김윤식 등이 배출돼 낙론의 인식틀은 진보 실학자나 개화사상가의 이론으로 발전해갔다. 호론의 학설 역시 명맥을 유지해 김평묵, 정윤영 등을 중심으로 위정척사 운동의 기틀을 제공했다.

영남 유림 역시 논쟁과 자기 쇄신을 통해 1881년 영남만인소를 주도한 유치명 학파 등의 위정척사운동의 기반을 제공한 동시에 이후 영남 지역 의병운동과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저자는 "영남 유림이 초기 단계에서 반 조정을 표방하는 뚜렷한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었으나, 차츰 전국의 유림과 함께 반외세를 목표로 연대 투쟁을 전개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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