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처지가 당료보다 못해요." 지난해 대선 직전 민주당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한 A의원은 18일 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당권주자들이 의원과 지구당 위원장은 물론이고 사무처 요원까지 밤낮으로 만나 한표를 호소한다는 데 우리 같은 입당파한테는 전화 한통 없어요."실제로 입당파 의원에게 대표 경선은 '남의 집 잔치'에 불과하다. 누구 하나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는 사람이 없다. 입당파 대부분이 표가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과 자민련 등에서 한나라당에 들어온 의원은 김원길 박상규 원유철 전용학 이근진 김윤식 강성구 함석재 이양희 이완구 이재선 박근혜 한승수 의원 등 모두 13명. 이들 가운데 지구당위원장직을 넘겨받은 사람은 한승수 전용학 의원 2명뿐이다. 나머지는 지구당별로 할당된 500명의 선거인단 추천권이 없으니 푸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또 기존 지구당위원장의 저항이 여전해 미래 역시 불투명하다.
이들은 "스카우트되다시피 입당했는데 남은 것은 '철새'라는 낙인 밖에 없다"며 "우리를 이렇게 내팽개칠 수 있느냐"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배려해줄 당권주자를 밀기로 하는 등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지 않겠느냐"는 심정으로 조만간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지둘러 선생"의 DJ 달래기
호남 출신으로 드물게 DJ와 '일정 거리'를 유지해온 민주당 신주류의 좌장격인 '지둘러 선생'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특검수사의 개시와 함께 'DJ 달래기'에 나섰다. 최근 DJ의 동교동 사저를 조용히 방문하는가 하면, 특검의 'DJ 조사'를 비난하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적극 두둔하고 나선 것.
김 고문은 17일 몇몇 기자와 만나 "특검이 수사도 하기 전에 DJ를 조사하겠다고 언론에 흘리는 것은 법집행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고문은 또 "특검이 여론을 의식, 말을 많이 해선 안된다"며 '여론몰이 수사'를 경계한 뒤 "특히 특정인을 상대로 조사하겠다는 식의 수사 방침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고문은 동교동 사저를 방문했는데, "정치 얘기는 하지 않고 가벼운 얘기만 나눴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당 주변에선 "방문 시점으로 미뤄 김 고문이 특검 수사로 심기가 불편해진 DJ를 위로하고 '노심'(盧心)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DJ초상화가 수척해" 청와대 그림놓고 얘기 분분
"DJ측에서 신경을 쓸 만도 하네." "그러게, 왜 저렇게 표정이 밝지 않고 수척한 모습으로 그렸을까." "배경도 어두워서 얼굴이 파리하다는 느낌마저 드는데…."
청와대 본관의 세종실 앞 복도 한쪽 벽면에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그의 초상화도 벽면의 맨 왼쪽에 자리를 잡았고, 청와대 직원 뿐만 아니라 내방객도 오며 가며 이 초상화를 보게 된다. 그러나 검은 색 양복에 분홍색 넥타이를 맨 모습의 DJ 초상화는 어딘지 어두운 느낌을 준다는 게 중론.
초상화에 대한 설왕설래가 동교동에까지 전해지자 김 전 대통령측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한 측근은 "퇴임 직전 함께 일하던 비서관을 통해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는데 미처 완성된 작품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일을 맡은 사람이 끝까지 마무리를 잘 했어야 했다"며 언짢아 했다. 동교동측에서는 초상화의 교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청와대측에 부탁, 초상화 사진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두달이 지났건만 직접 들어와 보기도 간단치 않아 사진을 찍어달란 것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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