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개혁파 정치인으로 국민적 신망을 얻어온 세르게이 유센코프(53)러시아 두마(하원) 의원이 17일 피살됐다. 러시아 NTV와 BBC 방송은 유센코프 의원이 이날 모스크바 근교 자택 앞에서 가슴에 3발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고 보도했다.피살 현장에는 소음장치가 부착된 권총이 남겨져 있었다. 범죄 전문가들은 사건 정황으로 보아 전문 킬러에 의한 청탁 살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센코프 의원의 죽음은 자신이 2000년부터 창당을 주도해 온 '자유 러시아당'이 이날 최종 등록절차를 마치고 출범한 지 수 시간 만에 발생해 정치적 암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인권탄압과 체첸 정책 및 기성 정치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급속한 경제개혁 및 군부개혁 주장에도 앞장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자유 러시아당의 당강령은 '법치에 진정한 기반을 둔 국가 건설'이다.
진보계열 정치인들은 그의 피살이 "민주정당 지도자인 유센코프 개인이 아닌 민주화 운동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BBC도 올 12월 총선을 앞두고 개혁파의 선전을 우려한 기성 정치권이 암살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유센코프 의원은 육군 대령출신으로 198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에 호응해 자유주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90년 두마 의원에 당선된 뒤 언론 국방 안보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10년간 피살된 10번째 두마 의원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골로블레프 자유 러시아당 의원(지난해 8월), 개혁파인 갈리나 스타고보이토바 의원(99년) 등이 희생됐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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