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폭력배끼리 태국에서 난투극을 벌인 사건에 이어 그저께 밤 부산에서는 러시아인들이 총기로 살상되는 범죄가 발생했다. 폭력의 세계적 확산과 탈국경 현상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부산사건은 러시아 마피아의 소행일 개연성이 크고, 야간에 주거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과 함께 불안을 느끼게 한다. 한국도 총기 안전지대가 아니며 부산이라는 국제도시의 치안에는 특별한 대책이 필요함을 다시 일깨워 준 사건이다.러시아인을 비롯해 수많은 외국인들이 경유하고 체류하는 부산에서는 그동안 각종 국제범죄가 발생했고, 그 때마다 총기 밀수와 입국자 감시에서 치안이 허술한 점이 지적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러시아군인들이 쓰던 총기가 사용된 사실이 이번에 처음 확인돼 앞으로 어떤 일이 더 벌어질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피해자인 러시아인 2명은 위조여권으로 들어와 오랫동안 살아왔는데도 전혀 적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러시아 마피아가 부산에 위장 선박회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이었으면서도 살인극을 막지 못했다.
피살자 등의 신원으로 미루어 이번 사건은 수산물 수출입과 선박 수리업을 둘러싼 러시아 마피아 간의 다툼일 정황이 짙다. 러시아 마피아가 제 집 드나들듯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해상감시를 강화하고, 밀입국과 총기 밀반입의 통로로 의심받는 부산항 일대의 수리조선소 등을 특별감시해야 한다. 민간시설인 수리조선소는 공공기관의 보안감시가 없어 자체 경비만 통과하면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다. 외국인 출입이 잦은 다른 국제항구에 대해서도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범인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 폭력배가 간여됐을 수도 있으므로 러시아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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