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아파트의 가격상승과 투기를 앞장서 부추기는 지방자치단체의 행태가 가관이다.서울 강남구는 최근 "재건축 허용 여부 결정시 건물의 안전문제와 함께 재건축으로 인한 경제적 효용가치도 따져야 한다"는 안을 내놓아 일부 주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강동구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안전진단 허용 권한이 각 구로 넘어오자 서울시 안전진단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고덕주공 1단지의 재안전진단을 실시해 무난히 통과시켰다. 지난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던 수원의 천천주공과 인계주공 아파트도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 1년 만에 재건축 허용 판정을 받아냈다. 이들 단지는 지은 지 각각 17년, 19년밖에 안된 '젊은' 아파트이다.
이로 인해 해당 아파트뿐만 아니라 안전진단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아파트와 인근의 아파트들까지 지자체의 '지원사격'을 확신하며 호가를 올려놓고 있다. 지난달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신 은마아파트는 강남구의 규제완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일주일새 가격이 2,000만∼3,000만원 뛰었다.
재건축으로 경제적 효용을 높이겠다는 지자체의 계산속이 적중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103년, 프랑스 86년, 독일 79년 등 선진국의 공동주택 수명은 최소 50년 이상이다. 지은 지 20년도 안된 아파트를 덜렁 헐어버리고 새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몇 십년 더 사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자체들이 말하는 경제적 효용이란 부동산 투기꾼들과 재건축 아파트의 주인 등 일부 주민의 행복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꾸며 전·월세집을 전전하고 있는 서민들은 지난해 부동산시장 과열의 악몽이 재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태훈 경제부 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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