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8시30분 충남 예산군 삽교읍 보성초등학교. 서승목(57) 교장의 자살 후 이유도 잘 모른 채 어른들에 의해 학교를 떠나야 했던 61명의 학생들이 12일 만에 등교했다. 폐교처럼 고적했던 시골 학교는 금새 소리치며 뛰어 다니는 아이들로 활기를 되찾았다."친구들과 언니, 동생들은 예전하고 똑같은데 선생님들의 얼굴은 많이 바뀌었어요."
한 학생의 말처럼 한 달새 8명의 교원 중 5명이 정든 아이들 곁을 떠났다. 전교조와 갈등을 빚다 자살한 서 교장, 사직한 진모(28) 기간제 교사, 전보 조치된 전교조 소속 정모(40)·최모(36) 교사와 홍모(57) 교감. 진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3학년 학생들은 4차례나 담임이 교체되는 홍역을 치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있었다. "다시 선생님을 볼 수 없다니 맘이 아파요." 최 교사가 담임이었던 4학년 이서희(11)양은 "선생님께 이메일로라도 작별 인사를 전해야겠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남기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정도(41) 학부모대책위원장은 "잘 풀리길 바랐는데 결국 이렇게 되다니 착잡하고 허망하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정·최 교사는 이날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 병가를 내고 예산군교육청을 방문, 전보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또 전교조 충남지부는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신임 서정제(58) 교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교육현장도 한층 성숙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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