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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

입력
200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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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욱 지음 이룸 발행·1만 3,000원

대중예술은 단순하고 천박하다? '천만의 말씀'이라고 펄쩍 뛰는 사람들도 대중예술은 순수예술에 비해 어쩐지 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게 일반적이다.

'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의 저자 박영욱(39·고려대 강사·사진)은 대중문화 혹은 예술의 대표적 장르와 작품을 직접 분석함으로써 그런 생각이 편견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대중문화 읽기는 흔히 내용 분석으로 흘러왔다. 할리우드 영화의 줄거리에서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지적하고, 대중가요 가사에 담긴 사회적 의미를 짚어내는 식이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대중예술의 내용이 아닌 형식 그 자체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서양 클래식 음악의 혁명가로 불리는 20세기 작곡가 쇤베르크에 필적하는 대중음악 혁명가로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그룹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을 꼽으면서 코베인이 왜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지 그의 음악의 악곡 구조와 형식을 분석함으로써 드러낸다. 책 여기저기에 악보와 음표가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1970년대 한국 포크록과 1990년대 서태지의 음악, 1960년대 서양미술의 팝아트, 할리우드 영화 등을 읽으며 그는 칸트, 부르디외, 지젝, 프로이트, 알튀세르 등의 이론을 동원한다.

"이 책은 일종의 시론입니다. 철학으로 대중문화 읽기의 일반적 방법론을 모색해본 것이죠. 방법론은 구체적 현실에 적용해 가며 검증하고 다듬어야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되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런 시도가 부족한 편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숙제지요. 철학이 현실을 들여다보는 렌즈라면, 대중문화와 예술도 당연히 철학의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사회철학을 전공하면서 문화나 예술 쪽으로 관심사를 넓혀왔다. 대중음악과 영화, 미술에 대한 강의도 해봤다. M―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매일 새벽 3시까지 푹 빠졌고, 음악을 전공하려다가 집안의 반대로 뜻을 접었지만 지금도 남몰래 작곡을 하고, TV를 켜놓고 공부해야 마음이 편하고, R&B 여성 듀엣 '애즈 원'(As One)을 좋아한다는, 그야말로 대중문화 시대의 철학자다.

/글 오미환기자 mhoh@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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