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개발을 위한 폐연료봉 재처리를 진행한 것인가, 아니면 단지 재처리를 준비만 한 것인가."8,000여대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언급 만으로는 재처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이번에도 핵 개발 진척상황을 애매하게 밝혀 전략적 모호성을 기했다.
정부는 일단 유보적 입장을 취했지만 재처리 준비단계에 비중을 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언급은 폐연료봉의 재처리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국제사회가 바로 감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재처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재처리에 들어가면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의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미 정보 위성의 적외선 탐지기에 포착된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아직 이 같은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
원자력연구센터 강정민 박사는 "1개월여전 북한의 트럭들이 방사화학실험실 쪽으로 빈번하게 움직이고 5㎽원자로에서 연기가 발생한 사실은 포착했지만 다른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이어 "재처리 과정에는 크리톤 가스가 분출되는데 이 또한 미 정보위성이 레이저로 감지할 수 있다"면서 "재처리는 몰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의 재처리 라인을 하루 24시간씩 '풀 가동'할 경우 133일이면 8,000개의 폐연료봉(50톤)을 모두 재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은 약 넉달반 만에 핵무기 4, 5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22.5∼27㎏을 얻을 수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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