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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연료봉 재처리 준비완료" /北 "협상력 끌어 올리기"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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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폐연료봉 재처리 준비완료" /北 "협상력 끌어 올리기" 의도

입력
2003.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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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18일 회견은 다음주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북·중·미 3자회담을 의식한 것이다. 북한은 6개월여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회담을 앞두고 자국의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고, 특히 미국이 이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핵 개발로 직결되는 재처리를 강행하겠다고 경고했다.북한은 또 이번 회담은 미국이 주장하듯 다자회담이 아니라, '조미 쌍방'이 주체라고 주장했다. 3자의 한 축인 중국은 '단지 장소 제공자', 즉 북미 담판의 '업저버' 정도로 평가절하한 셈이다. 이라크전쟁을 조기에 끝낸 미국의 엄청난 군사력에 놀라 미국이 원했던 다자회담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한의 주장에 굴복해 서둘러 직접회담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북한의 의도는 자명하다. 회담을 눈 앞에 두고 미국에 선제공격을 가해 기선을 잡겠다는 것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라면서 "과거 북한의 협상방법 등을 감안하면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다"고 말했다.

북한은 협상력 제고를 위해 국제사회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여차하면 핵 개발을 시도하겠다고 사실상 벼랑 끝에 섰다. 북한은 특히 플루토늄 추출로 직결되는 재처리 진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음으로써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이번 회담의 성격을 '핵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로 못박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이번 핵 사태의 발단인 지난해 10월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 시인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있는 듯하다. '우리는 핵 개발 의도가 없는데 미국이 없는 사실을 조장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왔다'는 논리인 셈이다. 여기에는 또 미사일 인권 등 미국이 제기할 카드를 핵 문제로 압축시키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다음 주 3자 회담은 2001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농축돼온 북미간 불신이 단번에 분출되는 장이 될 공산이 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엄포 속에는 강렬한 회담 의지가 녹아있다"면서 "그러나 북미간 입장차가 현격한 만큼 회담이 의제설정 단계부터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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