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제 지음 사계절 발행·전3권·각권 1만3,800원
"조조도 조용한 세상에 태어났더라면 조폭 정도의 인물에 그쳤을 것이다." 영웅은 시대가 만든다는 말은 확실히 맞다. 박한제(57)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가 '중국역사기행'3부작에서 돌아본 시대가 그러하다. 그는 1991년 첫 방문 이후 지금까지 30여 차례나 중국 역사의 현장을 답사했다.
제1권 '영웅 시대의 빛과 그늘'은 중국 역사상 최대의 난세였던 삼국시대 역사의 현장이다. 한 왕조가 붕괴되면서 일어난 위·촉·오 삼국시대 이후 당나라 초기까지 수많은 영웅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고, 또 새벽녘 별처럼 스러져갔다. 이 시대에 유비, 조조, 제갈량 등 한족의 영웅과 오랑캐로 불린 유목 부족의 영웅들이 있었다. 젊었을 적 마을에서 시집가는 신부의 첫날밤을 몰래 빼앗은 망나니 조조 등의 이야기가 재미를 더한다.
제2권 '강남의 낭만과 비극'은 오랑캐에 떠밀려 강남으로 쫓겨난 한족 왕조 동진과 남조 이야기다. 도망 온 귀족들은 눈앞의 신고(辛苦)보다는 옛 영화에 안주했다. 빼앗긴 고향 산천을 회복하려는 열기가 식어가고 강남의 풍광에만 빠져들었다. 낭만은 반드시 누린 대가를 지불하게 마련이다. 먹물 귀족들은 오랑캐로 폄하했던 이들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내어줬다.
제3권 '제국으로 가는 긴 여정'은 작은 동굴 기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동북방 흥안령산맥에 자리한 동굴 '알선동'은 선비족의 발상지였다. 선비족은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당(唐)대의 문을 연 사람들이다. 어느 때보다 여성의 힘이 돋보였던 시대이기도 했다. 정사에 관여하는 여인들의 영향력이 강해서 '아들이 왕이 되면 그 어미를 죽여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12년을 같이 다녔건만, 목란이 여자인 줄 몰랐도다/ 수토끼 뜀걸음 늦을 때 있고, 암토끼 분명치 못할 때 있거늘/ 두 마리 같이 뛰어 달리니, 그 누가 가려낼 수 있겠는가.' 이 아름다운 시의 주인공 '목란(木蘭)'이 디즈니의 영화로 잘 알려진 뮬란이다. 효성과 정절을 갖췄으며, 국가에 책임을 다하면서도 돈과 벼슬보다 인간다움을 더 소중하게 여겼던 이상적인 여인이 살았던 대당 제국의 시대였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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