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분식회계에 이어 국내 4대 해운사인 SK해운도 부실회계 시비에 휘말려 SK글로벌의 회생에 바쁜 SK그룹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삼일회계법인은 1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2년 SK해운 감사보고서'를 통해 SK해운이 지난해 미결제 기업어음(CP) 2,392억원을 전액 대손처리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이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범위제한에 따른 한정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삼일은 또 감사보고서에서 "이 외에 SK해운의 회사어음 29장이 특수관계자에게 제공됐으나 현재 전량 폐기됐다"며 "손실 처리한 계정과목의 적정성과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회사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회계처리로 인해 SK해운은 지난해에만 2,9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2001년(173억원)보다 적자폭이 무려 17배나 늘어났고, 2001년 3,228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도 86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삼일측은 감사의견과는 별도로 "2,935억원 상당의 단기차입금 만기가 올해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며 "만일 대주주(SK(주), SKC) 유상증자 등 부채상환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이 의문시 될 정도의 중대한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갖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량 폐기된 것으로 알려진 회사어음 29장의 성격도 의혹의 대상이다. 금융계에선 사업상 연관성이 많은 SK글로벌 등 특수관계인이 문제의 어음을 빌려간 뒤 갚지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계 관계자는 "SK해운이 자금난을 겪던 SK글로벌에 어음을 제공한 뒤 자금을 대지급 해줬을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경우 SK해운 문제가 SK글로벌 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해운측은 "대손상각을 통해 부실을 떨어낸 것일 뿐 회계처리 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현금흐름이 좋고, 영업이익이 나기 때문에 유동성문제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SK해운이 비공개기업이기 때문에 부실회계에 대한 별도의 감리를 하지않고 감리여부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일임키로 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권혁범기자 hbkow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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