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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으로의 여행 명상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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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서는 세계 유일의 바둑 9단인 루이 나이웨이(芮乃偉ㆍ39). 남편인 장주주(江鑄久ㆍ40) 9단과 함께 조국 중국 을 떠나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조훈현 9단을 꺾고 국수 타이틀을 차지했 고 최근 국제기전인 정관장배 세계여자선수권도 거머쥐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몸무게가 48㎏밖에 되지 않은 왜소한 그를 보고 사람들은 ‘철녀(鐵女)’ 라고 부른다. 결코 육체적으로 강인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숨돌릴 틈을 주 지 않고 몰아붙이는 기세 때문이다. 루이에게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은 ‘명 상’에서 기인한다. 틈만 만나면 조용한 대학 캠퍼스나 왁자지껄한 거리를 걸으면서 명상을 한다. 어떤 때에는 반상에 시선을 붙박아 두고 무념의 명 상 속으로 빠져 들기도 한다. 30년 기력으로 체득해 낸 그만의 명상법이다 .

LG CNS 부사장실 비서인 김지인(27)씨는 고교와 대학시절 조깅, 테니스, 스쿼시,사이클, 수영, 스키, 인라인 스케 이팅, 마라톤 등 즐기지 않은 스포츠가 없었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우먼이 었다. 그가 요즘 요가에 흠뻑 빠져 있다.

대기업 임원실 비서라면 깨끗한 이미지의 정장 차림, 우아하고 화려한 자 태를 떠올리지만 실제론 고단함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회사 내외를 오가 는 임원들의 주요한 업무 연락은 한치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루 종일 매달리는 컴퓨터작업은 신체적 한계를 느끼게 했다. 1999년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얼마되지 않아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5㎏나 불었다.

그래서 2년 전 서울 중구 회현동 LG CNS 건물 9층에서 직장 동호회원 10여 명과 함께 주 3회 1시간씩 요가를 시작했다. “1시간쯤 요가를 하고 마무 리 명상까지 하면 몸과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잘 쓰지 않은 근육도 단련돼 근력이 생기니 옷맵시가 절로 나고 피부도 탄 력이 생겨 몸매 라인이 살아났어요.”

21세기를 살아가려면 적어도 두 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나는 인터넷, 또 하나는 명상이다. 이제 이 말은 서구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유효하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를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디지털 도구'라면, 명상은 삭막한 디지털 세계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아날로그식 무장'이라고 할 수 있다. '보보스-디지털시대의 엘리트'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명상을 하기 위해 몰려가는 엘리트들의 행렬을 '소울 러시(soul rush)'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명상, 선(禪), 요가 등 한 때 낯설고 생경하게만 느껴지던 말들이 어느새 우리 삶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각 직장마다 명상과 요가를 하는 동호회가 잇따라 생겨나는 것은 대표적인 예. 갈수록 더해지는 경쟁과 밀려나지 않기 위한 몸부림, 자연히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과거 명상이나 참선은 도(道)에 관심이 많은 일부인들의 '수행을 위한 수행'이었지만 요즘은 '생활을 위한 수행'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명상 프로그램도 과거에는 단학(丹學)이나 기(氣)수련이 주종을 이루었지만 요즘은 일반인이 따라 하기 쉬운 위파사나, 마음공부, 동사섭(同事攝) 등의 수행법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남방불교 계통에서 출발한 '위파사나'는 부처의 수행방법을 따른 것으로 천천히 걷는 '경행', '좌선'을 통해 마음의 평정과 평화를 얻는 수행법이다. 수강료가 따로 없는 서울 압구정동 보리수선원의 박선영씨는 "미얀마에서 계를 받은 붓다락키다 비구의 지도로 4일간 하루 4시간씩 계속되는 초보자 수행에 200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참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충남 논산의 삼동원은 대기업 직원들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으로 유명한데 지금까지 LG생활건강, 동양투신증권, 원광대부속병원 등이 1박2일 코스로 전체 임직원이 다녀갔다. SK그룹은 10여년 전부터 불교의 수행방법 중의 하나인 동사섭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달 베트남 출신의 선사 틱낫한 스님이 방한해 '틱낫한 신드롬'이 불었다. 그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의 가르침이 아주 쉽기 때문이다. 위파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그는 오직 들숨, 날숨의 호흡만을 관찰함으로써 평화를 맛보도록 한다.

그의 수행법의 핵심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깨어 있는 마음, 마음 챙김, 마음 집중). 생각을 따라 방황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물러 숨을 쉴 때는 쉬는 줄 알고, 걸을 때에는 걷는 데만 집중하게 한다. 늘 '과거의 걱정'이나 '미래의 계획', 생각에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매사 하는 일 자체에 집중해 기쁨과 평화를 만끽하자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은 "밖에 있는 스승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줄 때 반드시 실망하기 때문에 내면의 부처에게 귀의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수행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최근 명상이 대중화되면서 본래의 뜻이 희석되거나 변질돼 명상이 건강법이나 양생법으로 오인되거나 신비주의적인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다. 일부 수행단체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효과를 느끼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왜 사는가, 이렇게 살아도 좋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명상의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초보자를 위한 명상법

명상이란 한마디로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해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것이다.

명상법은 1,0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명상은 참선과 기도, 자기 몸의 동작을 주시하는 위파사나, 들숨과 날숨 때마다 숨을 멈추는 지식법(止息法), 허밍을 이용하는 고대 티베트의 나다브라마 등등.

이 같은 명상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낯설 수 밖에없다. 상계백병원에서 10여년간 명상을 지도하고 있는 이정호 정신과 교수등의 도움으로 초보자를 위한 명상법을 알아본다.

우선 조용히 바른 자세로 깊고 고른 호흡을 시작하면 온갖 잡념이 생긴다. 초보자일수록 잡념이 많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초보자들은 이 잡념을 떨쳐 버리려고 부단히 노력하다가 결국에는 시작하자마자 포기하는 경우가많다. 따라서 명상을 할 때 잡념이 떠오르면 무조건 없애려 하지 말고 ‘생각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명상에서는 호흡이 상당히 중요하다. 호흡이 몸과 마음을 이어주는 ‘스위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명상에서 사용하는 호흡은 기본적으로 복식호흡. 처음에는 배의 근육을 움직여 몸 속의 노폐물을 뱉어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할 수 있다.

명상을 하면서 말이 아니라 그림이나 형태를 비롯한 오감을 현실처럼 느껴야 한다. 초기에는 소리나 신체감각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잡념을 끊는다.

이런 마음의 평온상태를 느끼면 스트레스가 줄면서 건강에 도움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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