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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성치 않지만 당당하게 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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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성치 않지만 당당하게 살고 싶었죠"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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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제가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보건복지부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올해의 장애 극복상' 수상자로 선정한 심준구(35)씨. 심씨는 스스로 장애인이면서도 비장애인보다 훨씬 당당하게 살아간다.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일에도 누구못지 않게 열성이다.

흐릿한 윤곽 정도로만 겨우 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시각장애 1급인 그는 1998년 컴퓨터 속기 국가공인시험에 합격해 세계 최초로 장애인 컴퓨터 속기사가 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 78년 시력을 잃은 뒤 97년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시각장애인의 직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개설한 컴퓨터 속기사 과정에 등록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은 시작됐다. 당시 함께 공부를 시작했던 다른 시각장애인은 중도하차할 정도로 교육과정은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마저 포기하면 시각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 하나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손끝이 터져 피가 날 정도로 매달려 마침내 3급 컴퓨터 속기사 자격증을 따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후 공부를 계속해 1급 자격증을 거뜬하게 따냈고 현재는 방송사의 자막방송을 전담하는 회사에서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심씨는 자신의 전문영역을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컴퓨터 속기를 가르쳐 지금까지 3명의 시각장애인 컴퓨터 속기사를 키워냈다.

그는 또 컴퓨터 속기가 앉아서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에 착안, 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게도 컴퓨터 속기를 가르치자고 제안해 5월부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컴퓨터 속기 과정을 개설하도록 만들었다.

심씨는 "장애인을 돕기 위한 사회적 풍토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장애인들 자신도 제도만 탓할 게 아니라 어떤 분야든 끊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상식은 18일 오전 11시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리며 심씨를 비롯한 10명이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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