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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정치개혁, 리더십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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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정치개혁, 리더십 절실하다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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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이 좀 이상하다. 전반적으로 여야 공히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표류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정당 개혁, 선거법 개정 등 중요한 정치개혁 현안에 대해서도 각 당이 뚜렷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 외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 가고 있는 것 같다.민주당은 신구 주류간 대립으로 정국 주도는커녕 당 개혁의 방향조차 제대로 잡고 있지 못한 형편이고, 한나라당은 당 개혁안이 당대표 선출과 맞물려 당내 각 그룹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정치권 내부에서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상황적으로는 이라크 전이나 북한 핵 문제 등이 보다 부각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여야 모두 당 리더십이 부재한다는 사실과 깊은 관계가 있다.

각 당에서 리더십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은 과거 3김식의 자의적인 정당 운영에 대한 반작용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3김이 정당을 사실상 사당(私黨)처럼 좌지우지해 온 폐해로 인해 정당개혁은 무엇보다 당수(黨首)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데에 집중되어 왔다. 당 총재직을 폐지하고 중앙당을 축소하며 공천권 등 당수의 권한을 크게 삭감하는 대신 원내 총무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등은 모두 과거 당수의 제왕적 권한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안의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개혁의 방향은 모두 적절한 것이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정당 개혁의 방향이 정당 리더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당 개혁의 본질은 정당 민주화에 있는 것이지 정당의 약화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당 개혁은 당 운영이나 공직 후보 선출을 민주적인 절차와 통제 하에 놓기 위한 것이지, 당수의 리더십을 부정하거나 약화시키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점은 강한 리더십은 언제나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대처나 블레어, 독일의 콜 총리 등에서 보듯이 정당 민주화가 확립된 서구 민주 국가에서도 강한 리더십을 가진 당수는 존재한다. 따라서 민주적으로 당을 이끈다는 것과 강한 리더십을 갖는다는 것은 상호모순적인 것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이 새삼스레 중요한 까닭은 지금 우리에게는 정치개혁을 비롯한 새로운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정당의 강한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당에서는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맡고 있지 않다고 해서 당정분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해 있고, 국가 주요 업무에 대해 당정회의를 열고 있으며,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을 민주당에 전문위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은 '집권당'의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으며 노 대통령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당의 지도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노 대통령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새로운 리더십이 당의 운명과 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나라당에 아쉬운 점은 당대표의 선출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당권 다툼으로만 보일 뿐 당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진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50여일이 지난 지금도 각 정당이 과거로부터 변모했다는 새로운 인상을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개혁을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각 정당의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 개혁이 3김식의 제왕적 당수라는 극단에서, 무기력한 리더십이라는 또 다른 극단으로 옮겨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강 원 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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