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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회담 성격·의제 논란/美 "열린 틀" 北 "실질적 양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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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회담 성격·의제 논란/美 "열린 틀" 北 "실질적 양자회담"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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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5일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회담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장도(長途)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또 2001년 조지 W 부시 미 정부 출범 후 농축돼온 북미간 불신이 한꺼번에 분출될 개연성이 크다. 북미 양측은 의제는 물론 회담의 성격, 지향점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등의 참여 문제까지 얽혀있어 이번 회담에서 당장 구체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양자인가, 다자인가

북미는 회담 재개에 합의해 놓고 서로 기선을 잡았다고 여기는 듯하다.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우리는 다자적 방식으로 접근하길 원했다"고 거듭 강조, 은근히 자국의 외교력을 과시했다. 반면 북한은 드디어 실질적인 양자회담의 테이블에 미국을 주저앉힌 것으로 간주할 것 같다. 조명철(趙明哲)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3자회담은 다자이지만 운영·내용 면에서는 양자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소극적 중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도 17일 "북미 쌍방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등의 참여도 간단치 않을 듯하다. 회담 전망이 가변적이고 또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을 '예비적 조치'라면서 한국 일본의 참여 문제가 '우선사항'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과 협의된 내용이지 북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의제 줄다리기

더욱이 북미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무엇을 먼저 논의할지조차 맞추지 못했다. 핵심 의제인 핵 문제에 대한 북미 양국의 시각차는 거의 극과 극이다.

리커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먼저 핵 무기를 제거함으로써 미국의 우려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밝혀 북한의 선(先) 핵 포기라는 사실상의 전제조건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 즉 체제보장을 우선적 의제로 못을 박아놓은 상태다. 미국이 '핵 문제와 보상은 무관하다'는 원칙을 누그러뜨리고, 북한이 최소한 핵 포기 의사라도 내비치지 않는 한 이번 회담에서 접점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설혹 북한이 핵 시설의 검증을 수용하더라도 미국이 요구하는 이라크식 사찰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거의 없다. 미국이 일본인 납치, 탈북자, 인권문제까지 거론하며 몰아붙일 경우 회담이 중도하차할 공산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첫 회담인 만큼 양측 모두 탐색전 수준에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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