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합리화하는 모든 논리는 거짓이다."16일 BBC 방송은 미영 연합군의 오폭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아비드 하산 하무디(72·사진) 노인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라크전 개전 17일째인 5일 새벽 5시30분. 남부 바스라에 가해진 연합군의 엄청난 폭격으로 그의 집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3대에 걸친 가족 10명이 죽었고, 단란했던 가정도 처참하게 사라졌다. 하무디씨는 폭격이 지나간 후 집 더미에 깔린 딸과 손자 손녀들을 꺼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젖먹이 손자는 할머니 품에 안긴 채 함께 숨져 있었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사위가 거리로 나가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날이 밝자 나타난 이웃 사람들은 장롱 속의 보석과 돈, 옷가지 등을 약탈하기에 바빴다.
시멘트로 튼튼하게 지어진 그의 집은 가족들에게는 피난처였다. 타지에서 떨어져 살던 의사 아들과 미생물학자 큰딸, 의료자문가인 작은딸 가족들은 전쟁직전 아버지의 집으로 피난온 것이었다. 하무디씨는 "가족들이 모두 모였던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집은 안전하지 못했다. 그의 집은 연합군의 살생부에 올라있던 사담 후세인의 사촌동생 '케미컬 알리'집의 근처였기 때문이었다. BBC는 하무디씨가 최근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에게 편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연합군은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려 왔는가, 아니면 무고한 시민을 죽이러 왔는가?" 그는 절규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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