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선을 1주일여 앞두고 민주당의 속앓이가 심각하다. 당초 양천 을·고양 덕양 갑·의정부 세 곳 모두 승리할 것으로 자신했지만 선거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판세가 불리해 진데다 개혁당과의 공조도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각 지역에 의원들을 대거 투입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양천 을은 선거 초반만 해도 민주당이 양재호 후보의 낙승을 자신하던 곳. 그러나 당직자들은 17일 "한나라당과 오차 범위 안으로 간격이 좁혀졌다"며 난감해 했다. 이들은 또 "의정부는 열세고 고양 덕양 갑은 한나라당과 접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17일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이례적으로 의원들의 지원을 호소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고전하게 된 요인으로는 당내 구심점 부재, 대선 이후 지속되고 있는 내부 갈등, 호남 인사 차별론 등이 거론된다. 우선 양천 을에선 지역구를 내놓은 김영배 전 의원과 양재호 후보간 감정의 골이 깊어 지구당 조직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신주류의 좌장이자 양천 을 선대위원장인 김원기 고문이 이날 "김 전 의원을 곧 만나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는 후문.
의정부에선 연합공천이 이뤄지지 않아 독자 출마한 개혁당 허인규 후보와의 싸움이 골칫거리. 허 후보는 민주당 후보를 '사학족벌'이라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 당내 소장파 원내외 위원장 모임인 '젊은 희망'이 16일 허 후보 공천 철회를 개혁당에 공개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양 덕양 갑에선 지구당 당원들이 중앙당이 연합공천을 밀어붙인 개혁당 유시민 후보를 지원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정동영 의원 등 신주류 의원들이 최근 지구당에 협조를 요청하러 갔다가 당원들로부터 신랄한 비판만 듣고 왔을 정도로 상황이 간단치 않다. 한 당직자는 "유 후보가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와 다소 동떨어진 행동을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민주당이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엄살을 부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미 만신창이인 여권 집안 사정에 비춰 보면 민주당의 위기 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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