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행정자치위 회의실. 개의를 선언한 박종우 위원장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14일 회의에서 일부 의원들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을 하대하는 등 막 다룬 것과 관련, "장관에 대한 군기잡기, 조롱 등의 비판이 있는데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장관이 듣기 거북한 점이 있었을지 모르나 결코 의원들의 자질이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강조했다.이 발언을 들으면서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박 위원장은 통상 기획관리실장이 하는 업무보고를 김 장관이 직접 하게 하고, 의원들끼리의 점심에 김 장관이 합석하려 하자 "자리가 없다"고 물리쳤다. "사실상 김 장관에 대한 집단 따돌림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도리가 없다.
박 위원장은 상임위 보고 지연, 지역편향 인사 등 정책적 문제를 거론했다.그러나 국회 주변에선 "사실은 김 장관이 취임 후 한번도 인사 오지 않은 것에 대해 괘씸죄를 물은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장관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인사하지 않은 게 잘한 일이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망신 줄 만큼 큰 죄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이 일반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이 같은 상식에서 벗어난 행태를 보이는 국회의원들에겐 얼마든지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할 수 있다. 소속 상임위 의원들의 역성을 들어야 하는 위원장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의원들 자질이 문제될 것은 없었다"는 식의 강변은 국회의원의 자질에 대한 더 큰 회의와 논란을 불러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기철 정치부 기자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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