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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바그다드 효과" 와 北의 선택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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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효과(Baghdad Effect)란 말이 생겨났다. 바그다드 함락 직후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가 "동북 아시아 지역에 바그다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시작이다. 미국은 전쟁을 전후해 북한 핵 문제와 날로 확산되는 반전여론 및 반미감정 때문에 고전했으나, 9일 바그다드가 함락된 뒤 미국을 대하는 동북아 국가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잡지는 특히 북한의 김정일이 벼랑 끝 전술에서 실용적인 접근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이 전망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바그다드 함락 직후인 11일 북한 외무성은 "미국이 조선 적대정책을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대화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16일 시사논평을 통해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미국과의 양자대화만 고집하며 빗장을 걸어 잠갔던 북한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바그다드 효과의 상징이라 할만하다.

미국의 가공할 파괴력에 겁먹은 나라가 어찌 북한 뿐이겠는가. 바그다드를 향한 충격과 공포는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전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자 밀사를 보내 김정일을 설득한 나라는 중국이었다. 앞장서 전쟁을 비난하던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에 대해 미국은 수십억 달러씩 되는 대(對) 이라크 채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그래도 세 나라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다. 12억 달러가 넘는 건설채권을 가진 우리나라도 같은 처지다. 뒤늦게 이라크 파병을 추진하는 나라도 많다.

결사항전을 외치던 사담 후세인이 삭은 짚단처럼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겁을 먹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마치 눈이 달린 것처럼 정확하게 목표물을 찾아가 타격하는 첨단 폭탄과 미사일 우박 앞에, 공화국 수비대의 충성심과 모래폭풍의 위력이 무슨 소용이던가. 개전 첫날 대통령 궁과 군 지휘부 등 1,400개 목표물을 중점 폭격 당해 신경기능이 끊어진 이라크 군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작전명령을 하달한 전쟁이었다. 다툴 쟁(爭)자가 들어가는 '전쟁'이란 말도 쓰지 못할 일방폭행이 아니던가.

바그다드 효과에 만족해서 그런지, 미국의 태도가 갑자기 너그러워진 것은 참 다행이다. 이라크 다음은 북한 차례가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던 미국은 전쟁 중 조금씩 말을 바꾸었다.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말이 나오더니, 북한이 다자대화를 수용하자 부시 대통령은 즉각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응답하기에 이르렀다. 이 말을 신호로 다자회담 실무접촉이 열려, 오는 23일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미국 중국 3국이 첫 회담을 열기로 합의되었다. 동북 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던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되었다니 이보다 반가운 소식이 또 있으랴.

문제의 본질이 북핵 위기의 평화적 해결에 있으므로, 한국이 회담 테이블에 앉지 못하는 것을 그리 애석해 할 일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것이 자존심을 세우려는 북한의 뜻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북한은 그런 사치스런 감정에 사로잡힐 때가 아니다. 잠시도 바그다드 쇼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북한이 매달릴 절체절명의 과제는 살아 남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라크처럼 당한다면 핵이 무슨 소용인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라.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북한을 둘러싼 모든 나라가 극한상황을 딛고 일어나 잘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동유럽 여러 나라들과 베트남을 보라. 핵 개발에 쓸 돈을 민생을 위한 경제개발에 쓴다면 북한도 할 수 있다.

핵 개발을 포기하면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진정한 체제보장의 길이다. 선택의 날은 빠를수록 좋다.

문 창 재 논설위원실장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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