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 정대철 대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 자민련 김종필 총재 등 3당 대표는 17일 충북 청원군 청남대에서 회동, 대북 송금 특검법 개정문제에 대한 이견을 절충했다. 노 대통령과 대표들은 이날 특검법에 북한 관계자 등의 익명처리 비밀누설시 처벌 등 2개 조항을 삽입키로 합의했다고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2차 연장기간까지 총 120일로 돼 있는 수사기간 문제도 한나라당 박 대행이 단축 불가 입장을 고수해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그러나 특검법 명칭의 변경문제는 노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을 박 대행이 거부해 추가 협상으로 넘어가게 됐다. 회동 결과에 따라 특검법은 수사 개시 후 개정으로 큰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영수회담으로서는 성과가 미진해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 같다.
청남대의 주민반환을 기념해 기획된 회동은 간이 골프라운딩에 이어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만찬으로 스킨십을 거듭하는 등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정국 현안을 놓고는 서로 물러서지 않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골프에는 이원종 충북지사가, 만찬 때는 김원기 민주당 고문이 각각 합류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비밀송금 의혹사건'으로 명명된 특검법에서 '정상회담'부분을 삭제하기 위해 설득을 되풀이했다. 그는 "명칭은 박 대행의 결단이 필요하다.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법의 명칭 때문에 6·15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불미스럽게 됐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박 대행은 "우리는 북한을 생각하지만 북한은 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 해결 3자 회담에서도 우리가 배제돼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았는가"라며 거부했다. 수사기간 단축문제도 결국 노 대통령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물러서야 했다.
박 대행은 대신 언론문제를 화제로 올렸다. 박 대행은 "역대 정권의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면서 "대통령이 토론이라도 해서 풀어보라"고 권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언론이 정권 탄생을 좌지우지 하려는 정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것이지 취재 자유를 제한할 뜻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과 대표들은 청남대 간이 골프장에서 9홀을 돌아 노 대통령 53타, 정 대표 50타, 김 총재와 이 지사가 각각 45타를 쳤다. 박 대행은 골프가 끝난 뒤 도착, 만찬에만 합류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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