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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송판도]<5> 산업재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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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송판도]<5> 산업재해(상)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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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자 16만2,283명, 보상액 2조203억원.'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 급여로 지급한 액수가 2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1년 1조7,445억원에 비해 무려 15.81%가 늘어난 액수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산업재해를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로 여기지만 산재보험은 1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면 누구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필수 상식'에 속한다.

산재보험이란 국가가 사업주로부터 소정의 보험료를 거둬들여 업무로 인해 근로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얻었을 경우 회사측 잘못이 없더라도 사업주를 대신해 보상해 주는 제도다. 물론 무조건 보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재해가 회사 등 사용자의 관리 책임하에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했고' (업무수행성), '발생된 재해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업무기인성)는 점이 규명되어야 한다. 서울고법은 1996년 "여름휴가시 회사휴양소에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업무수행성이나 업무기인성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가끔 신문 사회면에 '무슨 무슨 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는 기사가 실리는데,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법원의 행정소송을 통해 어렵게 산재보상금을 탈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일례로 법원은 컴퓨터 등을 오랜 시간 사용하는 작업환경 때문에 눈이 침침해지거나 목·팔 등의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VDT증후군'에 걸린 40대 전보 소통 요원에게 "열악한 작업환경과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해 생긴 병"이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비교적 근로복지공단에 비해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실제 일부 쟁점들에 대해선 판결을 통해 법 개정을 이끌기도 한다. 법원 관계자는 "일본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엄격하게 해석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법원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라며 "실제 1심인 행정법원에서 지더라도 2심인 고법에서 결과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산재사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산재소송은 법원이 그동안 판례를 통해 나름대로 정형화한 틀을 만들어 놓고 있어 이에 맞춰 보면 산재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비교적 쉽게 알수 있다. 법원은 ①업무와 재해 발생사이의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정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고 있고, ②이런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있다.(즉 사건별로 구체적으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또 ③업무상 과로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킬 경우 ④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원인이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주고 있다.

최근에는 하급심에서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 도전적인 판결들도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음식점 주방장이 갑자기 하체가 마비된데 대해 "근로공단측이 업무와 무관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과로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자(원고)에게 있던 '입증 책임'을 근로복지공단(피고)에게 전환하는 판결까지 나왔다.

산재소송은 대부분 1년 이상 걸린다. 과로에 대한 사실조회도 회사측에 해야 하고 증인신문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재판도 최소 5차례 이상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해 주는 추세라해도 아직 승소율은 50%대를 밑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근로자가 다쳤으면 무조건 국가가 보상해 주는 것이지만 결국 보험료가 올라가 사업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측면이 있고 근로자가 아닌 다른 국민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유족 급여금의 경우 직위가 높을수록 많이 지급되고 정작 사회보장이 절실한 하위직 근로자일수록 보상금이 적다"면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 폭을 넓히는 것이 능사라기 보다 지급체계를 합리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태희 기자 taeheelee@hk.co.kr

● 산재 전문변호사

산재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변호사로 법조계에선 한기준 변호사와 법무법인 한강의 한낭규 변호사를 꼽는다. 한기준 변호사는 자신이 후천성 장애인으로 자연스럽게 산재를 전문분야로 삼아 활동하고 있는데 연간 60∼70건 가량의 산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낭규 변호사는 의료소송 분야 전문 법무법인인 '한강'에서 산재팀을 이끌고 있는데 산재가 의료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선 변호사는 99년 폐암을 진폐증의 합병증으로 보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첫 판결을 이끌어내는 등 산재 소송 분야에서 지명도가 있는 편이다. 법무법인 대유의 전 원 변호사도 산재 분야에 밝다는 평이다. 한봉규 변호사는 과로사·산재 전문 법률 사무소를 표방하며 활동하고 있는데 인터넷 사이트(www.sanjae.com)가 비교적 충실한 편이고 법무법인 한강의 산재 사이트(www.sanjaelaw.co.kr)도 참고할 만하다. 산재 소송 관련 정보들은 공인노무사나 '노무법인'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조태호 노무사의 홈페이지(www.sanjae114.co.kr) 에 각종 판례와 소송 정보 등이 비교적 성의있게 실려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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