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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목표 없는 배낭여행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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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목표 없는 배낭여행은 그만

입력
200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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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일상의 나를 잠시 놓아둔 채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를 찾는 작업이다. 그래서 여행은 어느 작가의 말처럼 '존재앓이'로 비유되곤 한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젊은 날의 여행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상징이자 하나의 특권이 되었다. 특히 국내를 벗어나 유럽 등 해외로 떠나는 배낭여행은 떠나고자 하는 배낭족에게 더 넓고 더 낯선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1989년 해외여행을 자율화한 이후 매년 대학생 중 10명당 2명 정도가 '새로운 나'를 찾고자 해외로 떠나고 있다.작년 여름, 월드컵 열기로 한때 위축했던 젊은이들의 해외여행이 올해는 크게 늘어날 모양이다. 지난달 한 배낭여행업체가 실시한 유럽 배낭여행 조기 예약만해도 작년보다 10%나 많은 인원이 몰렸다. 본교 여행사를 통해 유럽 배낭여행을 예약한 건수는 작년의 3∼4배나 된다고 한다. 심지어 재학생 100명을 선발해 여름방학 단체 유럽여행을 계획하는 대학도 있단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든 사스(SARS) 등의 어지러운 상황도 여름방학을 맞아 해외로 떠나려는 배낭족들의 발목을 붙잡진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열기를 세계화 추세에 맞춘 한 때의 유행이나 현상으로 치부해버리기엔 뭔가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다. 수 차례 언론보도로 문제가 된 '명품여행'이니 '환각여행' 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혹은 취업면접의 필수 질문사항이 됐으니 그냥 가본다는 식의 여행, 유명한 명소로 몰려들어 사진 찍기에 바쁜 눈요기식 여행도 그렇다.

물론 이들도 목표 의식 없이 어영부영 방학을 보내는 학생들과 달리 무언가를 계획하고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배낭여행을 위해 적어도 3년은 준비하는 외국의 대학생과 비교해볼 때 1∼2주일 여행책자를 훑어보거나 뭉칫돈을 내고 몸만 따라가는 패키지 여행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배낭에 사진과 잡동사니 기념품만 가득 담아 온다면 그건 구경이지 여행이 아니다. 왜 떠나는지, 무엇을 얻으려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빈틈없이 계획하고 새로운 나를 찾는 과정으로 만들어갈 때 진정한 여행이 되는 게 아닐까? 여행의 승패는 거기에 달려있다. 다가올 여름방학에 오롯이 남을 참된 여행을 떠나고싶다면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염 희 진 성대신문사 편집장 경영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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