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의사 수만 22명(정형외과까지 포함하면 39명). 단일 과목 의사 수로는 그 어느 대학병원보다도 많은 의사 수를 자랑하고 있는 척추디스크 전문병원 '우리들병원'의 이상호(53)원장은 국내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의사이다. 2002년 그의 병원에서 이루어진 디스크수술은 무려 8,000여건. 노무현 대통령의 디스크 수술을 집도한 의사로 알려지면서, 최근 그의 병원에는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고 있다. 대학병원에 입원할 수 없어 대안으로 찾는 병원이 아니라, 이제는 허리병 환자들이 1차로 선택하는 병원이 된 것이다. 82년 부산 낙민동에서 개인의원으로 시작, 20년 만에 서울 청담동에 200침상의 국내 최대 척추디스크 전문병원으로 키워낸 그의 비결은 무엇인가."82년 개업하던 해 목뼈 골절로 사지마비가 된 환자가 실려왔어요. 운이 좋았던 것일까요. 응급수술 후 환자가 걷게 되자 부산일대에서는 당시 24시간 안에 수술하면 마비가 풀린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문인지 환자가 폭발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곧 서울로 올라오는 계기가 됐지요."
외과의사로서 실력을 일찌감치 환자들로부터 인정받은 그는 개업초기부터 새로운 의술 창출에 몰두했다. 첨단의술의 도구는 레이저와 내시경. 그는 경피적 요추 디스크 내시경 레이저 시술(92년) 국내 최초 경피적 목 디스크 내시경 레이저 시술(94년) 국내 최초 경피적 요추 관절 나사못 고정술(2000년)등 척추디스크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잇달아 내놓으며 요통환자들에게 척추전문의로서의 명성을 쌓아갔다.
"병원은 지식산업"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최고의 의술을 갖추기 위해 매일 아침 8시 30분 병원 의사들과 한자리에 모인다. 서로의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환자의 수술방향을 함께 의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병원 회의실 벽에는 '지식축적 지식전파 지식공유'라고 쓴 액자가 붙어있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의사들에게 전파와 공유를 강조한 것은 이채롭다.
"우리 병원의 강점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과가 통합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디스크 수술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의사가 협진을 통해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지요. 디스크 수술만으로 환자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통증치료, 보존요법 등을 재활의학과와 마취과 의사가 협진하고 있습니다."
그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정통파 의사들은 물론 끊임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돈 많이 벌려고 별로 증세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만 골라 수술 효과도 없는 레이저 수술 시킨다는, 악의에 찬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 잘못 수술하면 장애인 됩니다. 무리한 수술은 의사 양심의 문제일 뿐 아니라, 병원이 즉시 망하는 길인데, 왜 제가 엉뚱한 수술을 하겠습니까. 저의 신념을 지키기가 정말 힘들더군요.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 진단법을 사용해 갈수록 저는 이 길이 옳다는 확신을 하게 됐지요." "몰라서 그래요. 공부하면 금방 압니다."
그는 그런 비판들이 자신을 '더 강하게 단련시켰다'면서 자신의 병원을 한번이라도 방문했던 의사들은 일방적으로 자신을 매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들병원이 내놓는 디스크 절개술과 레이저 수술의 재발율은 각각 4∼6%와 1%이하.
그는 이제까지 비판에 민감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해왔지만, 2∼3년 전부터는 느긋한 입장으로 변했다. 레이저 내시경 목디스크 수술 등 자신이 내놓은 치료법이 2000년부터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의학 교과서에 잇달아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던 의술이 세계 의학계에서 디스크 치료법의 하나로 정립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그의 병원에는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유럽의 의사들이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얼마 전 우리들 병원에서 열린 내시경 레이저 워크숍에서는 정형외과 의사 39명, 신경외과 의사 37명이 참가했다. 그의 병원을 찾는 많은 의사들은 개업을 준비 중이며, 그를 성공모델로 삼고 싶어한다. 실지로 그의 병원에서 성공비결을 전수받은 의사들은 독립 후 역시 척추 전문의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의료소비자들이 결코 만능치료법이라 할 수 없는 그의 치료법에 날이 갈수록 신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의료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하고 있다. "레이저수술은 만에 하나 사지마비를 가져올 수도 있는 척추수술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술과 빠른 퇴원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단 하루도 소홀히 보낼 수 없이 다망하고, 사회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어 함부로 전신마취를 할 수 없는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그에게서 척추수술을 받고 싶어 하는 이유다. 특히 기존의 수술이 불가능한 80대 노인이나 당뇨병 고혈압환자, 종교적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들에게 그의 최소 침습 치료법은 유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시술법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또 다른 증거는 늘 병원 로비를 가득 메우는 환자들이다. 통증으로 소리지르던 환자가 시술 후에도 모두 찡그리고 퇴원했다면, 병원이 계속 이렇게 확장해 나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치료 효과와 달리 치료비에 대해서는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우리들 병원에 대한 우려의 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들병원에서 이루어지는 특화된 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에서 혜택을 볼 수 없는 비급여 부분에 속한다. 하지만 이원장은 "수술 후 입원 일수가 다른 병원에 비해 훨씬 짧기 때문에 오히려 평균 치료비는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요추간판탈출증의 경우 진료 환자의 부담금은 우리들 병원은 250만원인데 비해, 다른 대학병원은 350만원 수준이라는 것. 입원일 수는 우리들병원은 4일, 타의료기관은 보통 7일이다. 레이저 내시경 수술은 환자의 입원일수를 줄여주고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어 환자가 사회에 복귀하는 기간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것이다.
의료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은 국내 의료 시스템에서 결국 전문병원은 점점 더 거대해질 것이다. 이상호원장은 첨단의료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병원이 의료서비스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 말한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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