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전쟁과 자극적 요소를 뺀 대신 선생님의 따사로운 손길, 아이들의 웃음소리, 신선한 자연의 공기를 얹은 프랑스 산 무공해 다큐멘터리.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은 프랑스 중부의 외딴 산골 오베르뉴 마을을 찾아 전교생이 열 세 명에 불과한 한 학교의 사계를 보여준다. 네살박이부터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까지의 아이들은 1부터 10까지 숫자 세기, 구구단 외우기 등 저마다 다른 공부로 좌절과 환희를 겪는다.매서운 눈바람이 불고 유리창엔 강풍이 몰아치지만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조르쥬 로페즈 선생님과 함께 하는 즐겁고 따뜻한 수업 시간이기 때문이다. 콧구멍에 연필을 끼워넣는 아이, 모두를 붙잡고 '넌 내 친구니?'라고 묻는 아이, 미술 시간에 물고기 색칠을 내일 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 아이로 교실은 늘 소란스럽다. 하지만 무질서해 보이는 교실 안엔 사랑이 숨쉰다. 로페즈 선생님은 한 명씩 붙잡고 고집부리는 아이를 설득하며, 아이들에게 계란을 깨서 핫 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썰매를 끌고 나가 아이들과 함께 미끄럼을 타고, 아이들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 함께 촛불을 끈다.
카메라는 학교의 일상을 살핀 뒤 아이들 각자의 생활 환경을 돌아본다. 자폐증 때문에 특수학교로 옮겨야 하는 나탈리,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구구단을 헷갈려 부모와 삼촌을 긴장시키는 줄리앙 등 나름대로의 고민과 꿈을 안고 사는 아이들의 삶을 꾸밈 없이 보여준다. 농장 일꾼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의 바람대로 교사의 길에 접어든 이후 35년 동안 외길을 걸은 로페즈 선생님의 인터뷰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 둘 날이 가까워 온다.
원제는 'Etre et Avoir'로, '존재와 소유'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작년 8월 프랑스에서 개봉돼 다큐멘타리로는 이례적으로 200만 명의 관객을 불렀다. 20일 개봉. 전체 관람가. 동숭아트센터는 19일부터 21일까지 '애니멀스' 등 네 작품을 더해 니콜라 필리베르 감독 특별전도 연다.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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