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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승전기세 재선으로" 잰걸음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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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쾌승을 거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5일 5,5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4년 대선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하면서 "2004년까지 1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감세안은 위축된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감세안은 석달전 제시했던 7,260억 달러 규모의 감세안을 축소한 것으로, 당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조차 "주식 배당세를 없애는 감세안은 부자들의 배만 채워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부시는 16일 이라크전에 사용됐던 아파치 헬기등을 제조하는 조지아주 보잉사를 방문, 경제 살리기를 다시 역설할 예정이다.

전승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부시가 전쟁 사령관에서 경제 대통령으로 변신하려는 것은 올 여름부터 본격화할 재선 운동을 겨냥한 것이다. 집권이후 경제 부문에서 신뢰를 주지 못한 점을 가장 아파해온 부시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1%가 부시의 전쟁 수행 능력을 평가했지만 46%는 부시의 경제 관리 능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1991년 걸프전에서 승리하고서도 경제관리에 실패, 재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아버지 부시의 전철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다. 실제로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시절 4%를 넘던 경제성장률은 부시집권이후 0.3%(2001년), 2.4%(2002)로 바닥을 기고 있으며 실업률도 5.8%를 상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시가 경제에 쏟는 정성은 대단할 수 밖에 없다. 부시는 감세안 발표와 함께 측근들을 전국 40개 도시로 보내 홍보전을 펼쳤고 주식 보유자들이 경제에 실망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어렵다는 점을 공화당 지도자들에게 강조했다.

하지만 의회는 결코 녹록치 않다. 민주당은 전비 지출로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마당에 감세안마저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고, 공화당도 3,500억 달러 규모 이상의 감세는 무리라는 반응이다.

부시의 재선 가도는 민주당 대선 주자 중 뚜렷한 대표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민에게 가장 인기 있는 민주당 인사로는 2004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정도가 꼽히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라크전에서 승리했지만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향후 미국내에서 테러 발생 등의 악재가 돌출한다면 부시의 높은 지지도도 하락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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