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16일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전체 회의를 열고 10개 예비 회원국을 내년 5월 1일부터 새 식구로 받아들이는 조약에 서명했다. 예비 회원국은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키프로스 몰타 등이다.이로써 EU는 25개국(인구 4억5,000만명)으로 확장돼 동서 유럽을 모두 포괄하는 지역연합체로 탈바꿈하게 됐다. EU의 국내총생산(GDP)도 0.5% 정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예비 회원국들은 내년 정식 가입 때까지 EU가입을 위한 국민 투표나 의회비준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 이전에도 15개 기존 회원국의 정규 정책회의에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같은 EU의 외연 확대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10여년간의 동 유럽에서 진행돼온 개혁 개방 작업이 일단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덩치가 커진 새 EU는 심각한 내부 분열부터 치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라크전을 둘러싼 회원국간 반목은 미국에 대항해 세계 무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EU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 동안 반전을 내세운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을 지지한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은 물론 10개 예비 가입국들과 감정적인 대립을 보여 왔다. 서명식에 앞서 열린 회원국간 비공식 정상회의에서도 전후 이라크 문제를 누가 주도해야 할 지를 놓고 이견이 표출됐다. 서명 조인식장 밖에는 이라크전을 지지한 국가들을 비난하는 좌파 및 노동 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EU의 회원국 외연 확대에 대한 자체 준비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EU 정부대표 패널은 회원국 확대를 위한 헌법 초안을 6월말까지 마련해야 하지만, 회원국 정부와 EU 중앙기구간의 권한 분배를 놓고 갈등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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