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뚱뚱해야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을까? 10여가지씩 처방하는 각종 '살 빼는 약'은 모두 믿고 먹을 만한가? 운동하지 않고 약만 먹어서 살 빠지는 방법은 없을까? 지방흡입, 지방분해주사, 엔더몰로지 등은 살 빼는 방법 중 하나인가? 비만 치료를 둘러싼 각종 혼돈과 의문을 정리할 수 있는 한국인을 위한 비만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대한비만학회는 16일 조선호텔에서 비만주간을 선포하고 비만지침을 발표했다. 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설 경희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선언을 통해 "비만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사망률을 높이는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하며, 무분별한 사이비 비만치료로부터 국민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비만 가이드라인은 1차적으로 운동과 식이요법, 이것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약물요법을 제시하고 있다. 속칭 살 빼는 약으로 통용되는 이뇨제, 설사약, 간질약(토피라메이트), 지방분해주사(아미노필린) 등은 모두 적절치 않은 치료약물로 분류됐다. 김 교수는 "지방흡입, 지방분해주사 등 국부적 지방분해 목적의 시술은 질병으로서의 비만 치료는 아니어서 치료지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량 목표는 6개월간 체중의 10%를 더는 것이다.
진단기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이상일 때 치료가 필요한 비만으로 정의된다. 23이상은 과체중. 이는 서구인의 비만 기준(30이상)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이 기준에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이상질환이 급증한다.
그러나 체질량지수가 낮아도 복부비만이 심하면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남자는 허리둘레 90㎝(35인치), 여자는 80㎝(31인치)를 넘겼을 때 복부비만으로 정의된다.
비만인 경우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수정요법(생활습관과 인식을 고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우선 권장된다. 이것만으로 체중이 감량되지 않을 때 2차적으로 약물처방을 병용한다. 그러나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식이요법과 운동을 안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식사요법
열량의 제한정도는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평소 섭취량보다 500∼800㎉를 줄이는 것이 적당하다. 맨밥 한 공기의 열량이 300㎉이므로 매끼 식사량을 조금씩 줄이거나, 간식으로 먹는 피자 두 조각(640㎉)만 줄여도 된다. 단 영양소는 고루 포함돼야 한다. 지방은 포만감을 주므로 극단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매일 500㎉의 식사량을 줄이면 한달에 2㎏의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
반면 최소 하루 1,200㎉ 이상 먹어야 한다. 끼니도 거르지 않는 것이 좋다. 아침 점심 저녁의 식사비율은 3:2:1이 적당하다. 한 식품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나 굶는 다이어트는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요요현상을 일으킨다. 식이요법은 지방을 분해하기 전 수분을 먼저 소모시켜 근육과 뼈의 무게를 줄이는데, 다시 많이 먹기 시작하면 늘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간식과 술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식이 많은 직장인은 물부터 한잔 마시고 칼로리 적은 야채부터 먹는다. 또한 하루 8컵정도의 물을 마시도록 한다.
운동요법
운동요법은 지방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체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하루 100㎉의 열량을 소모하면 1년간 5㎏을 뺄 수 있다.
흔히 운동을 하면 식욕이 돋아 더 살이 찐다고 하지만 하루 1시간의 중간정도의 운동은 오히려 식욕을 감소시킨다. 운동은 근육과 뼈를 늘리고 지방을 연소시켜 체중을 줄인다. 또한 운동 후에는 기초대사율이 높아져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에너지 축적이 덜 된다.
체지방을 연소하는 데에는 속보, 조깅, 수영, 등산, 에어로빅 등 강도 낮은 유산소운동이 효과적이다. 주 3회, 매회 15∼60분, 온몸이 땀으로 촉촉히 젖을 정도, 호흡곤란을 느끼지 않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단 적어도 잠들기 2시간 전 운동을 마쳐야 수면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 비만이 심하지 않다면 운동에 제한이 없지만 심한 경우 자전거나 걷기처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을 택해야 한다.
약물요법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거나 △23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수면중 무호흡증이 있을 경우 약물치료 대상이다. 그러나 이 기준에 해당되더라도 소아, 임신부, 수유부이거나 뇌졸중, 심근경색증, 중증 간장애, 신장애, 정신적 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치료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에서 승인받은 비만치료제는 시부트라민(리덕틸)과 올리스타트(제니칼) 단 2종뿐이다. 리덕틸은 뇌에서 포만감을 주는 식욕억제제이며, 제니칼은 지방분해효소를 차단해 지방이 흡수되지 않고 배설하도록 하는 약으로 반드시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또 여러 약들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도 아직 연구가 충분치 않고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밖에 일부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약물은 비만치료제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됐다. 예컨대 지방분해주사로 통하는 천식약 아미노필린, 중국산 다이어트제품에 함유돼 일본 등에서 사망 사고를 일으킨 펜플루라민·덱스펜플루라민, 간질약의 부작용으로 체중감량을 일으키는 토피라메이트, 갑상선 호르몬, 심장치료제인 디곡신, 이뇨제(듀레틱스), 설사를 일으키는 하제(락사티브), 마황으로 알려진 에페드린, 천식치료제 이소프로테레놀이다.
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토피라메이트는 비만치료제로 임상연구가 진행중이나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펜플루라민은 심장에 끼치는 부작용이 보고되는 등 비만치료제로 써서는 안 되는 약들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는 식사조절과 운동요법을 한 지 3∼6개월이 지나도 기존 체중의 10%도 감소되지 않을 경우 시작해야 한다. 약물 치료 4주가 지나도 2㎏이상 감소하지 않으면 약에 대한 무반응자이므로 장기투여할 필요가 없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식사요법의 5W 1H
When(언제) ; 항상 일정한 시간에 먹고 식사를 거르지 않는다.
Where(어디서) ; 반드시 식탁에서만 먹는다. TV나 신문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먹지 않는다.
Who(누구와) ;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식사한다. 혼자 식사하면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What(무엇을) ; 고지방 고칼로리 식사는 피하고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먹는다.
Why(왜) ; 무언가 먹고 싶다면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곰곰이 따져본다. 정말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면 과감히 음식을 거부한다.
How(어떻게) ; 천천히 여유있게 먹는다. 급히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된다.
/대한비만학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