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장관은 16일 3자 회담에 한국이 빠진 경위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한국이 참여한 뒤 실질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미국이 약속했다", "우리의 참여를 기필코 달성하겠다" 는 윤 장관의 말에는 비장감까지 느껴졌다.
윤 장관은 "정부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대화에 일단 빠지기로 한 것은 대화의 시작이 무엇보다 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북한 핵 문제)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우리가 반대하고 타이밍을 놓쳐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부담요인을 고려했다"면서 "대화가 시작된 뒤 참여하는 방안이 안전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화의 출발선에서조차 서지 못하게 된 것은 정부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후 줄곧 표방해온 핵 문제 해결에서의 '주도적 역할' 원칙은 대화의 초기단계에서부터 무색해진 결과가 됐다. 자칫 1993∼94년 1차 핵 위기 당시 우리가 배제된 채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고 결국 경제적 비용만 부담하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예전과 달리 한미관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한국 참여)에 대해 미국 중국으로부터 협력보장을 받았다"면서 "북한 핵 문제는 단순히 핵 문제와 체제보장의 문제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는 나라도 있고 다른 기여를 해야 할 나라도 있다"고 반박했다.
윤 장관은 같은 논리로 "한국 참여가 (3자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주도적 입장은 포기하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북한 핵 문제를 주도하겠다는 새 정부의 다짐은 이미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핵 문제는 한국도 중요한 당사자이지만 주된 당사자는 아니다"면서 "핵과 안전보장의 중심적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다자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초기 단계의 3자 대화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질척거릴 수 있는데다, 북한이 끝내 남한의 참여를 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러시아를 배제한 다자 대화가 순항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후속 대화에 정부가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북핵 문제 해결구도에서 운신의 폭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장관도 어느 시점에 한국이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