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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 수립 위한 反후세인 지도자 회의 /시아파 "美불신"… 불안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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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 수립 위한 反후세인 지도자 회의 /시아파 "美불신"… 불안한 첫걸음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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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반체제 지도자들이 15일 과도 정부 수립을 위한 첫 회의를 열고 새 정부 구성의 13개 원칙을 발표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아파 지도자들이 '미국 주도의 과도정부 반대'를 내걸며 불참하고 대규모 반미 시위가 벌어지는 등 미국의 전후 이라크 구상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남부 도시 누르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미국이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열렸다. 미국측에서는 제이 가너 이라크재건·인도지원 처장과 백악관 특사 잘마이 할릴자드 등이, 이라크측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대표, 해외 망명 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4시간 가량의 난상 토론 끝에 민주정부, 연방주의, 다원주의, 바트당 해체 등 새 정부 구성의 13개 원칙을 도출해냈다. 이들은 과도정부 구성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열흘 이내에 다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장 밖에서는 참석을 거부한 반체제 인사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이라크 최대 시아파 반체제 단체인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는 회의 참석을 거부했으며,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도 불참을 통보하고 대리인을 회의에 보냈다.

SCIR의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아킴은 "이라크는 이라크인의 과도정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르 인근의 나시리야에서는 시아파 주민 2만여명이 '미국 반대' '후세인 반대'를 외치며 대규모 반미시위를 벌였다.

오랜 망명 끝에 14일 이라크로 돌아온 시아파 단체 다와당의 지도자 모하메드 바크르 나스리도 알 바이트 사원에서 미국 주도의 반체제 회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모든 반체제 정당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선언했으나 친미 인사들만 참석했다"며 "이라크 국민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도정부 수립에 미국의 입김을 배제할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부 지도자들은 "워싱턴에 의해 조정되는 반체제 세력 회의와 별도로 며칠 내 바그다드에서 독자적인 회의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지도자들의 회의 불참은 "친미적인 어떠한 과도정부도 반대하며, 시아파가 새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측에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란의 조종을 받고 있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들을 어떻게 반체제 세력 회의에 아우를 것인가가 전후 이라크 통치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시아파 지도자들이 미 군정에 협력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할 경우 이라크 정정 불안이 가중되고, 친미 이라크정부 수립이라는 미국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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