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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트 벌써 649억 시세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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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스트 벌써 649억 시세차익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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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의 주식을 대거 사들인 영국계 크레스트증권이 앞으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올릴 것인가.16일 증권가에 따르면 SK(주)의 지분 14.99%를 최근 매집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크레스트증권이 보름 가량의 지분 매입으로 챙긴 시세 차익이 벌써 649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앞으로 크레스트측이 최대주주의 지위를 이용,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SK(주)측과 지분매입 경쟁을 벌일 경우 추가적인 막대한 차익을 거둘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크레스트증권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사들인 주식은 1,902만8,000주. 이를 8,379∼1만1,776원 가격대에서 13번에 걸쳐 분산매입했기 때문에 평균 매입단가는 9,293원이며 총 매입대금은 1,768억원이다. 이후 SK(주) 주가는 16일 1만2,700원까지 올랐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크레스트 보유 지분 평가액은 2,417억원으로 불어난다. 따라서 약 20일만에 64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가 상승이 불투명하더라도 크레스트측은 배당이익 등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SK(주)에 다양한 경영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 박대용 연구원은 "크레스트의 목표는 SK(주)의 기업가치를 높여 주가와 배당 이익을 올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크레스트측에서 SK(주) 경영진에 이사를 파견해 실적 향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크레스트측에서 SK(주) 실적에 손실로 반영될 SK글로벌에 대한 지원을 반대할 것으로 보여 SK글로벌 채권단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과거 SK(주)의 배당성향을 분석해 보면 평균 배당금이 주당 800원(8.5%) 수준이었는데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크레스트는 매년 152억원의 배당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연구원은 "크레스트가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눈 앞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SK(주)의 지분을 당장 매각하거나 그린메일(경영권을 위협할 수준으로 지분을 매집한 후 대주주측에 비싼값에 되파는 행위)로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당장 주식을 팔면 유가증권 관련법규상 전체지분의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의 경우 주식 매입후 6개월 이내에 매각해 거둔 시세차익을 해당 기업에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

또 그린메일로 활용하려 해도 14.99%의 지분은 SK(주)의 경영권에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경영권 위협이 가능한 33%선까지 지분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시세로 18%의 지분을 추가 구입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크레스트가 앞으로 주가 상승을 통해 얻는 이익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연구원은 "기업인수합병(M& A)이라는 소재는 더 이상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 것"이라며 "이제는 기업실적이 받쳐줘야 하는데 올해 업황으로 미뤄봤을 때 SK(주)의 1분기 실적은 좋을 수 있으나 2분기부터 나빠질 우려가 있어 현재 주가에서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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