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콩배우 장궈룽(張國榮)의 자살이나 한 초등학교 교장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무엇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자신의 목숨을 끊게 하였을까? 사람은 일생을 사는 동안 적어도 한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아가 형성되고 사춘기를 겪을 때는 사소한 일에 고민하고 절망하며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조금 더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자살의 원인은 크게 몇 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심리적인 혹은 현실적인 상실감이다. 건강을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던지, 혹은 권력 돈 직업 자존심 그리고 아름다움 등을 잃은 경우다. 상실로 인한 우울감이 가장 중요한 자살의 동기가 된다. 프로이드는 이런 경우를 자신이 동일시한 대상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격 혹은 자신을 향한 공격성의 결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런 경우 죽음으로써 상실감이나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느낄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불가항력적인 일을 죽음으로 항거하거나 앙갚음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자살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원인을 떠나 사회 문화적 요인도 자살의 동기가 될 수 있는데,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자살에 대한 동기나 관념을 부여 받는 경우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 특공대나 이라크 전쟁에서 자살테러 또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의 죽음이 대의를 위한 희생이며 명예롭게 죽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어떤 경우이든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생물학적인 변화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뇌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활성화 감소가 자살에 대한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자살을 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뿐이다. 이따금 보도되는 해안가에서 벌어지는 고래의 집단적 죽음을 자살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검증된 바는 아직 없다. 자살은 종교적 측면으로는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자신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권리라고 볼 수도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 문제도 사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한 개인의 죽음은 단지 그 개체의 소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서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와 규범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살은 어떤 경우라도 미화하거나 방조할 수 없는 것이다.
권 준 수 서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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