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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한국과 결혼한 日 PD의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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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한국과 결혼한 日 PD의 장인정신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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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 중 한 명은 보아다. TV 광고는 물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도 보아가 등장한다. 이제 일본에서 보아를 모르는 음악 팬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일본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했다. 여기에는 일본 NHK 하마다PD의 숨은 노력도 있다.3년 전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NHK 한글 강좌 중 '라이브 온 코리아'라는 코너를 맡아 한국 대중문화를 소개하게 되었다. 30대 초반의 하마다PD가 한국어 학습의 동기도 부여하고 한국을 잘 모르는 일본인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릴 목적으로 내게 출연 제의를 해온 것이다. 소중한 방송시간을 인지도가 낮은 한국 대중문화 소개에 할애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일종의 모험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점차 영화나 뮤직 비디오의 저작권 문제 등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하마다 PD와도 조금씩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한글 강좌 안의 코너인 만큼 내레이션을 한국말로 하자고 주장했지만 그는 "한국말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본어로 해야 됩니다"라며 막무가내였다. 이 외에도 한국 TV 프로그램의 일본방송 모방문제나 한일 근대사 등 민감한 문제에 관해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그의 발언에 화가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급기야 관계도 서먹서먹해졌다.

어느날 새로운 방송 아이템에 관한 사전회의를 할 때였다. "첫 방송은 난타로 갑니다. 오사카에서 공연을 하니 직접 인터뷰를 하러 갑시다." 그의 조용한 어조에 결의가 차 있었고, 이어지는 자료조사와 열정은 놀라웠다. 각 아이템에 대한 이해와 치밀한 구성은 한국인인 내가 배워야 할 정도였다. 오사카에 가서 인터뷰를 하고 난 후, 난타에서 표현되는 한국적 리듬에 관해 내레이션을 정리했다. 길어야 5∼6분 정도인 코너를 위해 그는 엄청난 정열을 쏟았다. 덩달아 나도 무척 고생했다. 그러나 한국 방송국에서 일할 때와는 전혀 다른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보람도 컸다. 시청자들이 보내온 엽서가 조금씩 쌓이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며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마다 PD는 나에게 항상 한국의 음악과 영화 추천을 부탁했고 무서울 정도로 열심히 섭렵했다. '라이브 온 코리아'라는 제목에 걸맞게 한국 대중문화의 '현재'를 전하려는 마음과 PD로서의 방송에 대한 장인정신이 있었다.

올해 하마다PD는 한국어 강좌의 방송을 도와주던 한국인 언니와 전격 결혼했다. 하마다PD는 "어렵네요. 한국 여성은…"하며 얼버무렸지만, 한글강좌를 맡아 나와 싸우면서 한국이라는 신세계를 접하게 됐고 급기야 자신의 인생까지 변화시킨 운명적인 만남을 한 것이다.

김 상 미 일본 도쿄대 박사 과정 '한국N세대백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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